[윤승옥 기자의 야구&]선수 몸값 냉정히 따진 미네소타, 눈앞 성적에만 매달린 한국 구단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2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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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병호가 이번에 둥지를 튼 미네소타의 구단주는 짐 폴래드다. 그런데 오늘의 미네소타를 만든 건 그의 아버지 칼 폴래드(2009년 작고)다. 칼 폴래드는 자수성가한 인물이다. 어릴 때부터 은행에서 일한 그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기업 인수로 재산을 불렸고, 1980년대에는 금융 제국을 일궜다. 2008년 포브스가 집계한 미국 부호 순위에서 102위(자산 36억 달러)에 오른 큰 부자였다.

1984년 미네소타를 인수한 칼 폴래드는 야구단에 각별한 애정을 보였다. 선수와 코칭스태프의 가족이 위독할 때 자신의 전용기를 내줄 정도였다고 한다. 하지만 구단 운영에는 냉정했다. “구단주가 돈이 많으니 구단에 돈 좀 쓰라”는 팬들의 요구가 빗발칠 정도였다. 하지만 그는 ‘야구단은 자체 예산으로 운영돼야 한다’는 방침을 고수했다. 2000년대 초반에는 “수지 타산이 맞지 않는다”며 팀 해체를 선언하기도 했다. 비용 대비 효율을 철저하게 따졌다. 미네소타는 아직도 그 방침을 이어가고 있다.

미네소타는 이번 박병호와의 계약에서도 다르지 않았다. 마감 시한이 1주일이나 남았는데도 박병호가 ‘밀당’을 포기한 건, 미네소타가 그만큼 완강했다는 뜻이다. 박병호의 순수 보장 조건은 4년 1200만 달러, 우리 돈 140억 원 수준이다. 세금(연방세 39.6%+주세 9.85%)과 에이전트 수수료(5%) 등을 떼고 나면 실제 받는 돈은 연간 16억 원 정도다.

최근 NC와 4년 96억 원에 계약한 박석민의 실수령액과 차이가 거의 없다. 박병호는 올 시즌 홈런 53개를 기록했고, 박석민은 26개였다. 최근 3년간 수치도 박병호(142개)가 박석민(71개)보다 두 배나 많다. 게다가 메이저리그 평균 연봉은 42억 원 수준으로 국내 프로야구 1군 선수 평균 연봉인 1억9000여만 원보다 20배 이상 많다. 시장의 크기가 원천적으로 다른데도 이런 결과가 나왔다.

폴래드 가문이 이끄는 미네소타는 냉정하게 주판알을 튕겼고, 재벌가의 지원을 받는 국내 프로야구는 경쟁적으로 웃돈을 붙였다. 국내 야구단은 자유계약선수(FA)를 영입할 때 모기업으로부터 연간 운영비와 별도인 뭉칫돈을 받는다. 오직 팀 성적만 중요한 구단들이 그렇게 전면전을 벌였으니, 몸값이 자연스럽게 폭등했다. 선수를 탓할 일이 아니다.

시장에 돈이 많이 도는 게 나쁜 게 아니다. 메이저리그 빅마켓 구단들은 천문학적인 돈을 쓴다. 그런데 한국처럼 성적 하나만 보지 않고 구단의 전반적인 가치를 따져가며 투자를 결정한다. 메이저리그 30개 구단의 평균 가치는 지난해 12억 달러(약 1조4000억 원)로 전년도(8억1100만 달러)에 비해 48%나 증가했다. 미네소타도 2000년대 들어 자기 방식으로 급속하게 가치를 키웠다.

국내 프로야구는 최근 몇 년간 제자리걸음이다. 올해 국내 프로야구단의 평균 가치는 1000억 원 수준으로 전년 대비 25% 정도 상승했다는 분석이 있다. 하지만 10개 팀 체제에 돌입하면서 경기 수가 25% 증가한 영향이 크다는 지적이다. FA 계약 금액은 매년 늘고 있지만, 시장의 전반적인 가치는 그대로인 것이다. 돈이 돈값을 못한 것이다. FA에 대해 ‘몸값 거품’을 운운하는 이유다. 박병호와 박석민의 계약이 국내 프로야구에 던진 메시지다.

윤승옥 기자 touch@donga.com
#미네소타#박병호#짐폴래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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