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아섭·황재균 무응찰…홍보 부족이 주원인 KBO 특급선수라 해도 ML서 보는 시각 달라 준비 없이 포스팅 감행…선수 자존심만 상처
롯데 손아섭(27)에 이어 황재균(28)도 허무하게 메이저리그 도전을 마쳤다. 포스팅시스템을 통해 메이저리그 30개 구단의 구애를 바랐으나 정작 현실은 외면이었다. 일이 이렇게 될 줄 롯데는 몰랐을까. 한 야구계 인사는 “롯데에 사람이 없는 것도 아닌데 당연히 예견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 롯데는 왜 이들을 말리지 않았을까. 이에 대해 이 인사는 “말려서 들을 상황이 아니었을 것이다. ‘선수 스스로가 현실과 직면하게 할 수밖에 없다’고 롯데는 판단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꿈을 품은 선수의 도전을 폄하할 수는 없다. 그러나 ‘가고 싶은 것’과 ‘갈 수 있는 것’이 엄연히 다른 것도 현실이다. ● 포스팅, 현실로 체감되지만 만만찮은 장벽
최근 4년간 KBO리그 선수들이 포스팅을 통해 메이저리그의 문을 두드린 사례는 7번이다. 류현진(28·LA 다저스)의 2012년 11월 포스팅 대박(2573만7737달러33센트)은 KBO리그 역사에 중대한 전환점이었다. 아득하게만 느껴졌던 메이저리그가 현실적 체감으로 다가왔다. 류현진이 2013∼2014년 성공적으로 선발진에 안착하자 KBO리그 선수들의 도전욕구는 더욱 자극을 받았다. 그러나 2014시즌 후 김광현(27·SK)과 양현종(27·KIA)을 바라보는 메이저리그의 시각은 류현진 때와 달랐다. 반면 강정호(28)는 KBO리그 야수 최초로 포스팅(500만 2015달러)을 통해 피츠버그에 입단했다. 그리고 2015시즌 후 손아섭과 황재균이 차례로 무응찰의 외면을 맛봤다. 박병호(29·미네소타)만 1285만달러의 평가를 받았다. 2012년 이후 포스팅 성공이 3명, 실패가 4명이다. ● 우리는 포스팅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나?
실패한 선수들의 공통점은 전략 부재였다. 양현종, 손아섭, 황재균은 구매자인 메이저리그에 홍보가 거의 안 된 상황에서 포스팅을 감행했다. 아무리 돈이 많아도 근거 없이 쓰지 않는 미국 구단들의 관점에서 ‘잘 알지도 못하는 선수들’에게 포스팅을 할 필연성은 없다. 넥센이 장기적이고 치밀한 마케팅으로 강정호와 박병호의 미국행을 성사시킨 것은 그 대척점에 있다. 류현진처럼 기량 자체로 매혹시킬 만한 자원이 아니라면 전략이 필요한 것이다.
메이저리그가 한국선수를 포스팅으로 데려가는 것 자체만으로도 과거에는 상상하기 힘들었던 KBO리그의 위상 강화를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여전히 KBO리그에 대한 의구심은 존재한다. KBO리그의 에이스인 김광현이 샌디에이고로부터 200만달러에 불과한 금액을 제시받은 것이 대표적이다. 이에 대해 한 메이저리그 전문가는 “200만달러가 결코 저평가는 아니다. 샌디에이고 입장에선 충분히 합리적인 금액 책정”이라고 평가했다. 즉, KBO리그의 특급선수를 대하는 우리의 시선과 미국의 시각이 다를 수 있다는 얘기다.
선수 입장에선 ‘가서 성공하면 대박이고, 설령 실패해도 한국에서 거금을 만질 수 있는데 안 갈 이유가 없다’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준비도 없이 부추기기만 하는 일부 에이전트들의 감언이설에 넘어가면 KBO리그 스타들의 자존심만 상처받기 십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