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 FC, 승강 PO 2차전도 승리… 실업 N리그서 출발 클래식 무대로
“해외전훈 갈 돈으로 선수 뽑아달라”… 年 40억 ‘절반 예산’ 딛고 새 역사
2012년 말 실업축구 내셔널리그의 수원시청이 프로축구 K리그 2부 리그(챌린지) 참가를 위해 프로 팀으로의 전환을 검토할 때 수원시민들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이미 K리그 1부 리그(클래식)의 명문 구단 수원이 연고 팀으로 뿌리를 내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수원시의회에서도 수원시청의 프로화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작지 않았다. 클래식으로 승격하기 힘들어 보이는데 괜히 시 예산으로 충당해야 하는 구단 운영비만 늘어날 것이라는 것이 이유였다.
하지만 수원시청은 그해 12월 프로 시민구단으로 전환했다. 2003년 3월 팀 창단 후 약 10년 만이다. 팀 이름도 수원 FC로 바꿨다. 수원 FC는 당시 “2013시즌부터 챌린지에 참가한다”며 “세 시즌 내에 클래식으로 승격하겠다”는 목표를 내놓았다.
수원 FC는 5일 부산 구덕운동장에서 열린 K리그 1, 2부 승강 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클래식의 부산에 2-0으로 승리했다. 1, 2차전 합계 3-0으로 부산을 꺾은 수원 FC는 목표대로 챌린지 참가 3년째에 클래식 승격을 이뤄냈다. 수원 FC의 승격으로 2016시즌에는 삼성이 모기업인 수원과의 지역 더비도 볼 수 있게 됐다.
K리그가 1, 2부로 나뉘면서 승강제가 도입된 2013년부터 올 시즌까지 세 번의 승강 플레이오프에서 모두 챌린지 팀이 클래식 팀을 꺾었다. 하지만 2013년 승강 플레이오프에서 강원을 꺾은 상주나 2014년 경남을 누른 광주 FC는 수원 FC와는 성격이 다른 팀이다. 군인 팀(상무) 상주는 전신인 광주 상무 시절을 포함해 2003년부터, 시민구단인 광주 FC는 K리그가 1, 2부로 나뉘기 전인 2011시즌부터 프로 리그에 참가했다. 두 팀은 챌린지로 강등됐다 다시 클래식으로 승격한 경우다. 실업팀에서 프로로 전환한 뒤 챌린지를 거쳐 클래식까지 오른 건 수원 FC가 처음이다.
수원 FC는 챌린지 구단(상주 상무, 안산 경찰청 제외) 중에서도 돈을 가장 적게 쓰는 팀이다. 연간 구단 운영비는 실업팀 수원시청일 때보다 10억 원 정도 늘어난 40억여 원이다. 챌린지 구단 중에서는 1년에 80억 원 이상을 쓰는 구단도 있다.
수원 FC는 선수단 숙소도 따로 없다. 안방 구장인 수원종합운동장 내 사무실을 개조해 숙소로 사용하고 있다. 고참 선수 일부를 빼고는 4명이 한 방을 쓴다. 해외 전지훈련도 한 번 못 가봤다. 그래도 프로팀인데 좀 무리를 해서라도 한 번은 해외 전지훈련을 가봐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도 구단 내에서 있었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조덕제 수원 FC 감독은 “해외 전지훈련에 쓸 돈 있으면 괜찮은 선수나 한 명 더 뽑아 달라”고 했다. 전우찬 수원 FC 홍보마케팅팀장은 “적은 예산으로 살림을 살다 보니 선수단 지원에 많은 돈을 쓰지 못하는 게 늘 미안했다. 선수들은 ‘더 좋은 환경에서 축구를 하려면 우리가 클래식으로 가면 된다’는 각오로 정말 죽을힘을 다해 뛰었다”고 말했다.
수원 FC의 클래식 승격 효과는 이미 나타나기 시작했다. 구단주인 염태영 수원시장은 선수단 숙소를 따로 알아볼 것을 지시했다. 구단 운영 예산도 늘려주기로 했다. 수원 연고 기업을 포함해 몇몇 기업이 벌써부터 내년 시즌 경기장 내 광고와 팀 후원 관련 문의를 해오고 있다. 2014년 챌린지에 있다 올해 클래식으로 올라온 광주는 후원 기업이 24개에서 32개로 늘면서 구단 연간 수입이 70억 원에서 83억 원으로 18.6%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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