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식) 감독님, 2017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감독은 누구로 합니까? 준비기간도 얼마 남지 않았는데 추천이라도 해주세요.”
구본능 KBO 총재가 7일 서울 리베라호텔에서 열린 ‘2015 넷마블 마구마구 일구상 시상식’에서 일구대상을 받은 김인식 감독을 향해 하소연을 했다. 김 감독이 지휘한 야구국가대표팀은 11월 ‘2015 WBSC(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 프리미어 12’에서 우승했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당장 2017년 2월 제4회 WBC가 열린다. 2018년 자카르타아시안게임, 2020년 도쿄올림픽까지 국가대항전이 줄을 잇는다.
2017년 WBC에서 가장 유력한 국가대표 사령탑 후보는 김 감독이다. 김 감독은 프리미어 12에서 개최국 일본과 대만의 텃세에도 흔들리지 않고 한국을 정상에 올려놓았다. 정작 김 감독은 “내가 대표로 상을 받고 있지만 쑥스럽다. 선수들, 코칭스태프, KBO 직원들 모두가 열심히 해준 덕분에 우승할 수 있었다”며 공을 돌렸지만, 국제대회 경험이 풍부한 김 감독이 아니었다면 우승은 불가능했을 것이라는 평가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김 감독도 구 총재의 질문에는 명쾌한 해답을 내놓을 수 없었다. 그만큼 쉬이 짊어지기 어려운 것이 태극마크의 무게다. 김 감독은 “국가대표는 일반 팀을 맡는 것과는 또 다르다”며 “부담감도 크고 참 어려운 문제다”고 말문을 열었다.
물론 누군가는 책임져야 하는 일이다. 김 감독은 “국가가 있어야 개인이 있다”는 명언을 남기며 ‘독이 든 성배’였던 대표팀 사령탑을 맡은 이유를 설명한 바 있다.
김 감독이 국가대표 감독으로서 가장 중요하게 여긴 부분은 ‘믿음’이었다. 김 감독은 “감독마다 다 색깔이 달라서 함부로 얘기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며 조심스러워했지만, “나의 경우는 국가대표팀이 모이는 시간이 매우 짧기 때문에 그 기간에 선수들이 기술적으로 향상되기는 어렵다고 봤다. 워낙 잘하는 선수들만 모였기 때문에 실력을 유지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고 밝혔다. 이어 “보이지 않는 곳에서 선수들을 하나로 뭉치게 하는 것도 중요했다. 선수와 감독은 상호간 신뢰가 바탕이 돼야 한다고 본다. 벤치에서 감독은 선수를 믿고, 그라운드에 있는 선수는 감독을 믿을 수 있어야 한 팀이 되는 것 아니겠는가. 나를 믿어준 선수들 덕분에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었다”고 다시 한 번 고마움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