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력 후보만 5년째…” “날 美 보내려고…” 골든글러브 말말말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2월 8일 20시 39분


골든글러브 시상식하면 빠질 수 없는 게 참석 선수들과 수상자들의 입담이다. 새신랑이 된 롯데 포수 강민호는 행사장에 들어서기 직전 “사랑의 골든글러브 나왔습니다”며 스스로를 홍보했다. 그동안 유니세프, 스포츠구조연맹 등 다양한 단체에서 사회 공헌 활동을 펼쳐온 강민호는 이날 KBO와 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주는 사랑의 골든글러브를 받았다.

“사랑의 골든글러브만 받으러 왔다. 포수 골든글러브는 (양)의지(두산)가 받을 것 같다”던 강민호는 대뜸 골든글러브 투표를 한 취재진을 향해 “여기서 내 눈을 안 보는 분은 다 의지를 찍으신 걸로 알겠다. 다 보고 있다”며 투정을 부렸다. 반대로 양의지는 “민호형이 받을 것 같다”고 했다. 강민호의 예상대로 포수 부문 골든글러브는 양의지에게 돌아갔다.

외야수 골든글러브를 받은 김현수(두산)는 시상식 전 “2010년 상을 받고 유력 후보만 5년째라 준비를 안 하고 왔다”며 여유를 보였다. 그는 미국 진출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기자 분들이 나를 미국으로 보내려 한다”는 말로 재치 있게 받아 넘겼다. 수상 직후 미국 진출 질문이 다시 나오자 김현수는 “에이전트에게 전화가 왔는데 조금 더 기다려 달라고 말하더라”며 피해갔다.

2루수 골든글러브를 받은 나바로(삼성)의 상을 대리 수상한 삼성 김용국 코치는 걸쭉한 경상도 사투리로 행사장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김 코치는 “5일 밤에 꿈을 꿨는데 나바로가 나타났다. 지도 한국말을 못하고, 나도 영어를 못해 말은 하지 않았는데 나바로가 상을 받을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김 코치는 마치 나바로의 부모가 된 듯 “나바로를 믿고 기용해주신 류중일 감독에게 감사드린다”고 해 웃음을 자아냈다. 소감을 짧게 해달라는 진행자의 말에도 김 코치가 계속 농담을 이어가는 바람에 행사장의 폭소도 이어졌다.

NC로 이적한 3루수 골든글러브 수상자 박석민은 친정팀 삼성을 언급하며 눈물을 흘렸다. 12일 결혼하는 김재호(두산)는 유격수 부문에서 생애 첫 골든글러브를 받은 뒤 행사에 참석한 예비 신부에게 “널 만나서 좋은 상을 받게 됐다”며 눈물로 첫 프러포즈를 했다. 2루수 부문 후보로 오른 박민우(NC)는 팀 동료인 테임즈(NC)와 기초 군사 훈련 중이라 시상식에 참석하지 못한 나성범(NC)의 상을 두 번씩이나 대리 수상하고 멋쩍게 소감을 얘기했다.

유재영기자 elegan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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