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미연은 V리그에서 크게 주목받는 선수가 아니었다. 대전 용산고를 졸업하고 2011∼2012시즌 신인드래프트에서 3라운드 3순위로 도로공사 유니폼을 입었다. 어쩌면 프로 지명도 쉽지 않았던 철저한 무명이었다. 입단동기인 곽유화(은퇴)가 1라운드 지명으로 큰 주목을 끌었다. 역시 같은 해 2라운드로 입단한 팀 동료 문정원은 지난 시즌 ‘서브왕’으로 군림하며 이미 신데렐라 스토리를 썼다. 그러나 김미연은 그런 동기들을 마냥 부러운 모습으로 지켜봐야 했다. 프로 첫 시즌 5경기에 출전해 12득점했고, 이듬해 심장 이상으로 운동에 전념할 수 없었다.
도로공사 레프트는 ‘하늘의 별따기’ 같았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V리그 최고 외국인공격수로 꼽히는 니콜이 버텼고, 남은 한 자리도 황민경이 꿰차고 있었다. 문정원이 라이트로 주가를 올리면서 니콜이 레프트로 전향했다. 지난 시즌 1라운드 지명을 받은 고예림과 하혜진(이상 20)도 될성부른 떡잎이었다. 올 시즌 개막 직전까지도 김미연은 레프트 옵션에서도 이들에게 밀렸다.
그러나 출전 기회를 잡으면서 대반전이 일어났다. 문정원이 무릎십자인대를 다치면서 시즌 아웃됐다. 시크라를 라이트로 돌렸고, 황민경 외에는 레프트 한 자리가 마땅찮은 상황이 됐다. 고예림에게 먼저 기회가 갔지만 도로공사는 1라운드에서 4연패했다. 변화를 택한 도로공사는 2라운드부터 김미연을 주전으로 기용했고, 이는 완벽하게 들어맞았다. 2라운드 첫 경기인 11월 3일 GS칼텍스전에서 17득점으로 눈도장을 찍었다.
도로공사는 2라운드 3승2패, 3라운드 현재 3승1패로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9일 김천체육관에서 열린 선두 현대건설과의 홈경기에선 김미연이 18점을 책임진 덕에 짜릿한 역전승을 일궜다. 개인최다득점이었다. 중도 퇴진한 이호 감독을 대신해 지휘봉을 잡은 박종익 감독대행은 김미연을 주전 레프트로 못 박았다. 아직 시즌은 절반도 넘어서지 않았다. 무릎도 관리를 해줘야 한다. 그러나 김미연이 V리그에 새로운 스타 탄생을 알린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한편, 남자부 최하위에 빠져 있는 KB손해보험은 10일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2015∼2016 NH농협 V리그’ 우리카드와의 원정경기에서 세트스코어 3-0(26-24 25-14 25-23) 완승을 거뒀다. 우리카드는 4연패로 4승12패·승점 12점에서 제자리걸음을 하면서 KB손해보험(4승12패·승점 11점)에 승점 1점차로 쫓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