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레이크 없이 질주하고 있는 FA(프리에이전트) 시장을 컨트롤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FA 재자격까지 4년이라는 조항을 손보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
최근 선수를 내줘야 하는 보상제도 탓에 ‘준척급’ FA들의 이적이 막히면서 보상규정을 손봐야 한다는 목소리는 꾸준히 나오고 있다. 그러나 FA 자격의 재취득에 대한 논의는 전무하다.
야구규약 164조[FA자격의 재취득]에서는 ‘4시즌을 활동한 경우, FA 자격을 다시 취득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조항으로 인해 ‘A급’ FA 선수들의 계약은 모두 4년으로 획일화돼 있다. 선수는 당연히 또 한 번의 FA를 위해 4년 계약을 원한다. 4년보다 적은 계약기간을 가져갈 경우, 다른 선수들과 마찬가지로 연봉협상을 해야만 한다. 꾸준한 활약을 이어가지 못한다면, 대폭 삭감을 피할 수 없다.
선수는 나이가 들면서 기량이 하락한다. 구단 입장에선 4년간 같은 액수를 지불하는데 부담이 크다. 실제로 나이가 든 선수들이 1∼3년 계약을 하기도 하지만, 일부에 불과하다. 계약기간을 두고 줄다리기를 벌이는 일도 다반사다.
FA 재자격까지 4년이라는 조항을 폐지하면 어떨까. 메이저리그는 FA 자격을 처음 취득한 뒤로는 FA 권리에 대한 제한이 없다. 이로 인해 준척급 FA들은 2년 혹은 1년씩 계약하는 경우가 많다. 자신에 대한 평가가 좋지 않다면, 1년이라도 뛰고 FA 시장에 재도전하면 그만이다. ‘FA 미아’가 발생할 여지가 줄어드는 셈이다.
구단 입장에서도 합리적이다. 당장 필요한 선수가 있다면, 단기계약으로 데려와 쓰면 된다. 수요와 공급에 따라 시장가는 자연스레 형성될 것이다. 반드시 붙잡아야 할 선수라면 장기계약도 불사한다. 옵트아웃이나 바이아웃 등 선수나 구단 측에 유리한 ‘안전장치’도 많다.
지난 1999년 FA 제도 도입 이후 계약기간이 4년을 넘긴 건 딱 1번 있었다. 2003년 말 정수근이 두산에서 롯데로 이적하면서 당시로는 파격적인 6년간 총 40억6000만원을 받는 계약을 했다. 정수근은 불미스러운 사건에 잇달아 휘말리면서 유니폼을 벗었다. 이후 장기계약은 찾아볼 수 없었다. 지난해 말 한 선수가 6년 계약을 했다는 소문이 있었지만, 진실은 또다시 FA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3년 뒤에나 확인할 수 있다.
FA 재자격까지 4년이라는 조항은 시장논리를 왜곡하고 있다. 선수가 반드시 필요한 구단은 장기계약을 제시해 붙잡으면 되고, 재평가받길 원하는 준척급 선수들은 1년 혹은 2∼3년 계약으로 미래를 기약할 수 있다. 이 조항만 해제해도 수요와 공급에 따라 자연스럽게 몸값이 형성될 것이다. 물론 특급 선수의 몸값이 더 올라갈 여지도 있지만, 시장의 ‘자율성’을 인정하는 편이 나을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