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3억2000만원. 올 시즌 후 FA(프리에이전트) 19명과 계약하는 데 소요된 총액이다. FA 보상금은 제외했고, 구단 공식 발표액을 기준으로 집계한 금액이다. 아직 FA 선언 후 계약하지 않은 고영민-김현수-오재원이 남아있지만, 지금까지의 FA 총액 규모만 해도 역대 최고액을 경신했다. 지난해의 630억6000만원을 훌쩍 넘어섰다.
● 17년 사이 FA 총액 규모 29.5배 껑충
KBO리그에서 FA 제도를 처음 시행한 것은 1999시즌이 종료된 뒤였다. 당시 5명이 FA 계약을 했는데, 송진우가 1999년 11월 26일 사상 최초 FA 계약서에 사인하는 이정표를 작성했다. 한화와 3년간(2000∼2002년) 7억원의 조건에 잔류를 결정했다. 그러나 최고 몸값 선수의 영광은 오래 가지 않았다. 사흘 뒤인 11월 29일 투수 이강철이 삼성과 3년간 8억원에 도장을 찍고, 이로부터 나흘 뒤인 12월 3일 포수 김동수가 역시 삼성과 3년간 8억원에 사인하면서 모두를 깜짝 놀라게 했다. 당시만 해도 국민들에게 위화감을 조성한다는 비판 여론이 강하게 일었다.
그러나 자칫 FA 미아가 될 뻔했던 송유석은 1년 7500만원, 김정수는 1년 5000만원의 조건에 각각 원 소속팀 LG와 해태에 잔류하면서 ‘부익부빈익빈’이라는 FA 시장의 빛과 그림자의 양면성을 알려줬다. FA 첫 해 5명의 계약 총액은 24억5000만원. 요즘으로 보면 FA 시장에서 웬만한 주전선수 1명도 사기 힘든 금액이다.
올해 FA 계약 19건을 성사시키는 데 투입된 돈은 총 723억2000만원. 17년 사이 총액 규모에서 29.5배나 차이가 난다. 1명당 금액으로 환산해도 격세지감이다. FA 시행 첫 해는 1명당 4억9000만원이 소요된 셈인데, 올해는 1명당 약 38억원이 필요했다(계약기간 무시). FA 1명을 잡기 위해 투입하는 총액 규모는 FA 첫 해에 비해 약 7.7배 올랐다.
● 최고액 선수도 17년 동안 12배 차이
프로야구 FA 시장은 세상의 걱정을 비웃기라도 하듯 가파르게 커졌다. FA 제도 도입 이듬해인 2000년 말에는 홍현우와 김기태가 각각 LG와 삼성 유니폼을 입으면서 4년간(2001∼2004년) 18억원에 계약했고, 2001시즌 후에는 양준혁이 삼성과 4년 27억2000만원에 사인하며 친정팀에 복귀했다. 2003시즌 후 정수근은 6년간 40억6000만원에 롯데로 이적했고, 2004시즌 후에는 심정수가 4년간 60억원에 삼성에 둥지를 틀었다. 이후 FA 시장은 다소 소강상태에 접어들었다. 2009년과 2010년에는 FA 다년계약을 허용하지 않기로 해 계약 규모를 파악하기 힘들어진 시기도 있었다. 각 구단이 실제로는 4년 계약을 하면서도 규약에 따라 1년 계약으로 발표해 왜곡현상이 발생했다.
2011시즌 후 이택근이 넥센, 2012시즌 후 김주찬이 KIA와 4년 50억원 계약을 하면서 FA 시장은 폭발하기 시작했다. 2013시즌 후 강민호가 롯데와 4년 75억원, 2014시즌 후 최정이 SK와 4년 86억원에 계약하는 신기록을 쓰더니 올 시즌 후 박석민이 NC와 4년 최대 96억원에 도장을 찍으면서 FA 계약의 새 역사를 썼다.
FA 제도 도입 후 17년간 총 169건의 FA 계약이 성사됐는데, 계약금액은 총 3503억6300만원으로 집계됐다. FA 1명을 잡는 데 평균 20억7315만원이 들었다는 뜻이다. 물론 10일 현재 FA 미계약자인 김현수, 오재원, 고영민의 향후 계약 여부와 규모에 따라 이 금액은 다소간의 변동 가능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