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정호·박병호 진출로 인식 변화하는 과정 KBO 산업화 위한 새수익모델·마케팅 필요 빅마켓·스몰마켓 구단 공동체 의식도 필수
메이저리그(MLB)의 글로벌 사업과 이벤트 부문을 총괄하는 MLBI(MLB International)의 크리스 박(35) 수석 부사장이 9일과 10일 열린 2015 KBO 윈터미팅에 참석하기 위해 한국을 방문했다. 박 부사장은 10일 스포츠동아와 만나 KBO리그의 2가지 이슈에 대해 솔직한 답변을 내놨다. 포스팅시스템을 통해 ML 진출을 꾀하려는 한국 선수들의 움직임에 대해 “아직 초기단계”라고 선을 그었고, KBO리그의 궁극적 발전을 위해서는 공동체 의식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포스팅시스템 통한 선수 영입? 걸음마 단계”
KBO리그 출신 선수들의 미국무대 진출이 활발해졌다. 포스팅시스템을 통해 ML에 진출한 류현진(28·LA 다저스), 강정호(28·피츠버그)가 성공을 거두며 ML 내에서도 인식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박 부사장도 “몇 년 전까지만 해도 ML에는 한국인 타자가 거의 없었지만 강정호로 인해 한국에도 재능이 있는 선수들이 많다는 인식이 생겼다. 올해 또 한 명의 한국인 타자(박병호·미네소타)가 진출한 것처럼 변화해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고 긍정적으로 바라봤다. 그러나 포스팅시스템을 통한 ML 진출에 대해서는 “한국선수에 한해서는 아직 초기단계”라고 선을 그었다. 박 부사장은 “복잡한 문제다. 각 팀은 재능 있는 선수를 좀더 어린 나이에 수급해서 키우기 위해, 또 여러 선수를 팀에 데리고 있는 게 중요하다고 판단하기 때문에 진행하지만, 포스팅시스템을 통해 선수를 데려오려면 이적료가 필요하기 때문에 금전적 밸런스를 맞춰야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아직 한국은 일본에 비해 갈 길이 멀다. 박 부사장은 “일본 선수의 경우 ML 구단에서 영입 경험이 많고 여러 선수를 통해 경쟁력이 입증됐지만 한국선수에 대해서는 걸음마 단계라고 할 수 있다”고 냉정하게 평가했다. ● “공동체의식…빅마켓과 스몰마켓의 밸런스 중요”
박 부사장은 9일 서울 더 케이 호텔에서 열린 2015 KBO 윈터미팅에서 ‘MLB의 성장전략과 리그비전’에 대해 강연했다. 그는 이날 ML의 실패사례를 토대로 KBO리그의 산업화에 필요한 팁을 전수했다. 그러나 KBO 소속 구단들은 자체적으로 수익구조 모델을 찾기 어려운 태생적 한계가 있다. 야구단 운영비는 대부분 모기업의 계열사 홍보비 명복으로 지원하는 금액으로 충당하고 있다. 지자체의 협조나 정부의 지원도 저조한 편이다. 넥센은 모기업이 없이 메인스폰서십을 토대로 구단을 운영하고 있지만 상황이 녹록치 않다. 자금력을 동원할 수 있는 팀과 그렇지 못한 팀의 격차가 벌어지면서 부익부빈익빈 현상도 극심해지고 있다. 박 부사장은 “빅마켓과 스몰마켓의 편차는 ML에서도 이슈”라며 “큰 돈을 쓸 수 없는 스몰마켓은 좋은 선수를 데려올 수 없고, 좋은 선수가 없으면 성적을 낼 수 없다. 그러나 아무리 성적이 좋지 않아도 그 팀을 응원하는 팬들을 위해 구단이 존속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팀 자체로도 새로운 수익모델을 찾아야하고 구단의 합리적 운영에 힘써야하지만 리그 차원의 공동체 의식도 필요하다. ML은 현재 빅마켓구단이 수익 몇 %를 스몰마켓구단과 공유하며 불평등의 차이를 좁히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전체 그림을 보고 함께 걸어가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