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은 올해 4월 서울로 올라왔다. 다니던 직장에서 자리를 잡지 못했지만, 그를 어여삐 봐온 라이벌 회사에서 스카우트했다. 처음에는 쉬이 적응하지 못했다. 몸이 여전히 안 좋았다. 회사는 그런 그를 하염없이 기다려줬다. 조금씩 몸 상태가 좋아지더니 기어코 일을 냈다. 회사가 원했던 역할을 완벽하게 수행하며 내년을 기대케 했다.
동생은 먼저 서울에서 객지생활을 했다. 4월 서울로 상경한 형과 어색한 동거가 시작됐다. 6년 위인 형은 어려웠지만, 자신의 ‘롤 모델’이었다. 몸이 아파 제 역할을 하지 못했지만 항상 형을 응원했다. 형은 재기를 다짐했고, 다시 예전의 형으로 돌아와 있었다.
형은 우완투수 양훈(29), 동생은 우완언더핸드 양현(23)이다. 양훈의 전 직장은 한화, 새 직장은 넥센이다. 넥센은 이성열과 허도환을 내주고 양훈을 품에 안았다. 양훈은 시즌 말미 완벽하게 부활하며 포스트시즌에서 당당히 선발진의 한 축을 담당했다. 더욱이 지난달 27일 열린 2차 드래프트에서 넥센은 두산의 40인 보호선수 명단에서 제외된 양현을 지목했다. 형제가 같은 유니폼을 입은 것이다.
그러나 형제가 당장 한 팀에서 뛰는 모습을 보기는 힘들다. 양현이 21일 군 입대를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일찌감치 상무야구단에 합격했다. 양현은 “형과 한 팀에 뛸 때까진 시일이 걸리겠지만 기대가 크다. 상무에서 부족했던 힘을 길러 넥센에 보탬이 되고 싶다”며 웃었다. 마무리캠프를 성공적으로 보낸 양훈은 “이제 좀 힘이 붙는 것 같다”고 웃으면서도 “동생을 걱정하진 않는다. 잘할 것이고, 한 집에서 조금씩 이런저런 이야기를 들려주면 된다”고 밝혔다. 이제 남은 시간은 열흘. 형제의 대화는 그칠 줄 모르고 새어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