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다란 둥근 안경테에 한참 생각한 뒤 말을 꺼내는 모습도 닮았다. 한국 여자 쇼트트랙대표팀의 기둥 심석희(18·세화여고)와 최민정(17·서현고)이다. 둘은 11일부터 중국 상하이에서 열리는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월드컵 4차 대회에 출전한다. 둘은 1∼3차 월드컵에서 11개의 금메달을 따내며 세계 최강의 면모를 보여 줬다.
2개 월드컵 연속 3관왕에 오른 최민정은 “아직도 부족함을 느끼고 있다. 남은 대회에서 더 발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둘은 모두 데뷔 시즌 인상적인 활약을 펼쳐 ‘괴물’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심석희는 “내가 괴물같이 생겨서 붙은 별명이 아니고 잘했기 때문에 붙은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웃었다.
둘은 서울 태릉선수촌에서 같은 방을 쓰고 국제대회에 나가서도 한방에서 지낸다. 친한 선후배지만 경기 때는 1, 2위를 다투는 경쟁자다. 현재 최민정이 세계랭킹 1위, 심석희가 2위다. 심석희는 “주위에서는 민정이가 금메달 따면 부럽지 않으냐고 하지만 우린 서로가 있어 더 발전할 수 있다. 서로를 도와주고 있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지난 시즌 세계선수권대회 우승자 자격으로 대표팀에 자동 선발된 최민정은 10월 대표선발전을 찾아 심석희를 응원했다.
심석희는 “내가 할 소리는 아니지만 민정이가 제발 시상식 때 웃었으면 좋겠다. 너무 웃지 않는다. 나는 좀 낫다”라고 말했다. 최민정은 한참 뜸을 들이다 심석희에 대해 “아쉬운 점이 없는 키 큰 언니다”라며 환하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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