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살 때부터 천식을 앓았다. 20년 가까이 지난 지금도 흡입제를 가지고 다닌다. 차가운 공기를 직접 맞으면 안돼 마스크도 필수 소지품이다. 얼음 위에서 살아야 하는 피겨스케이팅 선수에게는 최악의 조건이다.
누나를 따라 4살 때부터 다니던 아이스링크는 진작 문을 닫아 고향인 일본 미야기현 센다이에 있는 다른 링크로 연습 장소를 옮겼다. 하지만 그 링크도 2011년 동일본 대지진으로 바닥이 갈라졌다. 지진으로 살던 집도 잃었다.
어쩔 수가 없었다. 하뉴 유즈루(21)는 일본 전국에서 열리는 아이스쇼를 쫓아다니면서 돈을 벌었다. 하늘이 도운 걸까. 2011~2012 시즌 하뉴는 세계선수권 대회에서 생애 첫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 시즌이 끝난 뒤에는 지진으로 문을 닫았던 링크에서 아이스쇼를 열어 메달 획득을 자축했다.
그 뒤 세 시즌이 지났다. 이제 하뉴에게 남은 라이벌은 자기 자신뿐이다. 그는 피겨스케이팅 역사상 처음으로 총점 300점 시대를 열었다.
하뉴의 도약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그는 13일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국제빙상경기연맹(ISU) 2015~2016 피겨 그랑프리 파이널 남자 싱글 프리스케이팅에서 219.48점으로 1위에 올랐다. 전날 쇼트 프로그램에서 110.95점을 따낸 하뉴는 총점 330.34점을 기록했다. 총점은 물론 프리스케이팅과 쇼트 프로그램 모두 역대 최고 기록이다. 이로써 대회 4연패에 성공한 하뉴는 ‘러시아의 전설’ 예브게니 블루셴코(33)에 이어 이 대회에서 4회 우승한 두 번째 선수가 됐다.
반면 아사다 마오(25)는 시즌 최고 랭킹 6위까지 참가하는 이 대회에서 여자부 최하위에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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