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8년 LA 다저스는 당대 최고의 우완투수 케빈 브라운을 7년 1억500만달러에 영입했다. 팬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바로 한 해 전 그렉 매덕스가 연봉 총액 5000만달러 시대를 열어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는데, 1년 만에 그 기록을 2배로 늘렸기 때문이다. 이 때부터 두 선수의 에이전트인 스콧 보라스는 세간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연봉 총액 2억달러의 벽이 무너진 것은 불과 3년 만인 2001년이다. 보라스는 텍사스 레인저스로부터 10년 2억5200만달러의 계약을 이끌어내 팬들의 혀를 내두르게 만들었다. 이처럼 최고액 기록 경신은 늘 보라스의 몫이었다. 많은 구단들은 그에게 ‘악마’라는 표현까지 써가며 맹렬한 비난 세례를 퍼부었다. 그러나 그런 현상이 심해질수록 선수들은 보라스 사무실의 문을 노크하기에 바빴다.
에이전트 중 압도적 차이로 톱을 달리는 보라스의 명성이 최근에는 조금씩 금이 가기 시작했다. 이번 FA(프리에이전트) 시장에서 초대박을 터트린 데이비드 프라이스(보스턴), 잭 그레인키(애리조나), 제이슨 헤이워드(시카고 컵스), 조니 쿠에토(샌프란시스코), 조던 짐머맨(디트로이트)까지 보라스와 손을 잡은 선수가 전무하기 때문이다. 또 현존하는 최고액 연봉 총액 기록(13년 3억2500만달러)을 보유한 지안카를로 스탠턴(마이애미)의 에이전트도 ‘와써맨 미디어 그룹’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라스가 올해 챙긴 커미션은 무려 1억달러가 넘는다. 도전자들의 성장이 위협적이기는 하지만, 최고 에이전트라는 명성은 쉽게 깨지지 않을 전망이다. 특히 보라스가 가장 애지중지하고 있는 고객은 내셔널리그 최우수선수(MVP)를 거머쥔 브라이스 하퍼(워싱턴)다. 이제 23세에 불과한 하퍼는 올 시즌 타율 0.330에 42홈런 99타점을 기록해 만장일치로 MVP에 오르는 영예를 안았다.
어느덧 빅리그 5년차에 접어드는 하퍼는 3년만 더 뛰면 FA 자격을 얻는다. 시카고 컵스와 계약한 헤이워드와 마찬가지로 26세에 FA가 되기 때문에 이변이 없는 한 최고액 기록의 주인공이 될 전망이다. ESPN 데이비드 쇼엔필드 선임기자는 16일(한국시간) 하퍼가 사상 최초로 5억달러의 벽을 깰 것이라고 예측했다. 평균 연봉 5000만달러 시대를 하퍼의 실력과 상품성이라면 충분히 열 수 있다는 것이다.
이제 에이전트 커미션 2억달러 시대를 돌파하는 것도 시간문제다. 점점 과열되고 있는 FA 몸값 상승과 보라스의 협상력이라면 얼마든지 가능한 일이다. 지금으로부터 3년 후 보라스의 수완에 넋을 빼앗길 구단은 어디일지 벌써부터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