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개 구단이 내년부터 금지하기로 합의한 ‘메리트 시스템(merit system)’은 일종의 성과급제로, 프로야구 원년부터 시작됐을 만큼 역사가 오래 됐다. 그 역사만큼이나 다양한 당근책이 존재해온 것도 사실이다. 그동안 암암리에 행해졌던 메리트 시스템의 유형과 함께 독특한 메리트 시스템을 소개한다.
● 프로야구 메리트 시스템의 원조는 OB
원조는 원년 우승팀 OB였다. 1982년 객관적 전력 평가에서 우승 후보로 분류되지 않았지만, ‘현찰 박치기’라는 확실한 동기부여를 하면서 가파르게 승수를 쌓아나갔다. 당시 OB 매니저였던 구경백 일구회 사무총장은 “1승당 100만원을 걸었다. 타자에게는 대충 안타 1개에 1만원, 홈런 1개에 5만원 식으로 걸었다. 투수에게는 승리 20만원, 완투 30만원, 완봉 40만원 정도 걸었던 것 같다. 당시 웬만한 회사원의 월급이 30만원이 안 되던 시절이다. 그러다보니 선수들은 경기 후 술 마시러 직행하는 일이 많았다”고 회상했다. 그러면서 “박철순 투수는 등판하면 30만∼40만원을 받았다. 그런데 자신이 모두 챙기지 않고 타자들이나 구단 직원, 버스기사 등에게도 나눠줬다. 그러니 다들 박철순 등판경기에는 더 열심히 했던 것 같다”고 회상했다. OB가 ‘메리트 시스템’으로 재미를 보자 최고의 전력과 총알(돈)을 갖춘 삼성이 당연히 뒤따라 나섰다. 그러나 MBC 등 메리트 시스템을 시행하지 않은 구단은 선수단과 내분이 일어나기도 했다.
● 메리트 시스템은 어떤 방식으로 분배되나?
형식은 시대에 따라, 구단에 따라, 처한 상황에 따라 다양하다. 팀별 메리트도 있고, 개인별 메리트도 있다. 팀별 메리트는 대개 팀의 월간 승률이나 순위를 기준으로 ‘월말 정산’ 식으로 보너스를 지급한다. 그러나 순위경쟁 팀이나 라이벌 팀, 또는 유난히 약한 천적 팀을 만날 때 베팅액을 ‘따블(2배)’이나 ‘따따블(4배)’로 늘려 전의를 가다듬기도 한다. 3연전 스윕이나 위닝시리즈(2승1패)에 돈이 걸릴 때도 있다. 연승 메리트도 있다. 그러나 10연승을 하고도 월간 승률이 마이너스가 될 수도 있다는 부담이 있다. 개인별 메리트는 승리투수, 홀드, 세이브, 타점, 홈런 등에 돈이 걸리는 것이 보통이지만, 투수의 경우 ‘리드 시 선두타자 삼진을 잡을 때’ 등 맞춤형 방식이 생기기도 한다.
● 기상천외한 당근책
그동안 기발하고도 엉뚱한 사례도 종종 있었다. 2002년 플레이오프 때 KIA 정재공 단장은 젊은 나이에 탈모로 고민하고 있던 투수 최상덕(현 넥센 코치)에게 “완봉승을 올리면 머리를 심어주겠다”고 약속했다. 3차전에 선발등판한 최상덕은 실제로 LG를 상대로 완봉승을 거뒀다. KIA는 4·5차전을 내주고 한국시리즈 진출에 실패했지만 정 단장은 약속대로 시즌 후 2차례에 걸쳐 모발이식을 받게 해줬다.
LG는 1999년 말 간판 포수 김동수가 FA(프리에이전트)로 당시 ‘앙숙관계’였던 삼성 유니폼을 입자 “FA 보상금을 모두 삼성전에 걸겠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실제로 보상금 전액을 삼성전에 걸지는 않았다. 다만 삼성전에 더 많은 금액을 걸었다.
구단과는 별도로 선수단 상조회 차원에서 메리트 시스템을 시행하기도 한다. 몸에 맞는 공이나 희생번트 등 선수의 희생이 필요할 경우 사기 진작 차원에서 10만원 수준에서 격려금을 지급해 덕아웃 분위기를 띄우는 팀도 있다. 우천취소 시 세리머니를 하는 선수에게도 상조회 차원에서 용돈을 주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