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비스 유재학(52) 감독은 자타가 공인하는 국내프로농구 최고의 명장이다. 경기 흐름을 읽는 능력, 선수 활용, 팀 전력에 맞는 수비전술, 선수 장악력 등 지도자로서 최고의 능력을 발휘하고 있다.
유 감독은 빼어난 능력만큼이나 ‘앓는 소리’도 잘하기로 유명하다. 최근 3시즌 연속 우승하는 동안에도 시즌 초반에는 ‘우승에 도전한다’는 말을 단 한 번도 입에 담지 않았다. “우리는 6강 전력이다” 또는 “플레이오프 진출이 목표다”라고 말해왔다.
올 시즌에도 그의 앓는 소리는 여전하다. 시즌 개막 전에는 “우승할 전력이 아니다. 우리 목표는 리빌딩이다”고 선언했다. 실제로 오프시즌 동안 주득점원인 문태영(37)과 센터 리카르도 라틀리프(26·이상 삼성)와 모두 이별했다. 또 1라운드에는 양동근(34)이 대표팀에 차출돼 경기에 나서지 못했다. 이번만큼은 앓는 소리가 진짜인 것 같았다.
그러나 ‘2015~2016 KCC 프로농구’ 4라운드가 한창인 현재 모비스의 성적은 리빌딩 팀이라고 볼 수 없다. 22승8패(승률 0.733)로 순위표 맨 윗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유 감독은 “우리가 1위가 된 상황 자체가 정상이 아니다. 운이 좋았다. 오리온에 헤인즈가 돌아오거나, KGC가 정상 전력을 되찾으면 밀려날 거다. 잠시 (1위를) 찍고 내려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A구단 관계자는 “어떤 상황이 되더라도 전력을 유지하는 것이 진정한 강팀 아닌가. 모비스가 그렇다. 팀 시스템이 잘 구축돼 있어 전력에 누수가 있어도 티가 안 난다”고 부러워했다. B구단 코칭스태프는 “라틀리프, 문태영의 공백은 전략적으로 언더사이즈 빅맨인 커스버트 빅터(32)를 영입해 메웠고, 선수에게 명확한 롤만 부여하면서 전준범(24), 김수찬(23) 등 젊은 선수들의 성장을 이끌어냈다. 대단한 능력이다. 올 시즌에도 유 감독님의 앓는 소리는 거짓말이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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