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운동’ 두 마리 토끼 잡는다…종합형 스포츠클럽의 반란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2월 17일 17시 16분


최근 국내 스포츠계에는 작은 ‘사건’이 일어났다. 10월 31일 전주빙상경기장에서 열린 전국겨울체육대회 초등부 전북 대표 최종 선발전에서 전북스포츠클럽 아이스하키팀이 중산초등학교를 꺾은 것. ‘취미’로 스포츠를 즐기는 학생들이 ‘엘리트 선수’를 이긴 것이다. 종합형 스포츠클럽 회원들이 개인종목에서 지방자치단체 대표로 선발된 경우는 꽤 있어도 단체종목 도 대표로 뽑힌 것은 처음이다.

전북스포츠클럽 아이스하키 초등부에는 20명이 활동하고 있다. 학생들이 스틱을 잡는 것은 1주일에 3번이다. 그나마 학교와 학원 수업 등을 마친 뒤 오후 7시 30분부터 9시 30분까지 2시간 동안만 얼음 위를 달린다. 이 팀이 엘리트 체육을 누를 정도로 실력을 갖춘 것은 2년 전 종합형 스포츠클럽으로 선정되면서부터다. 문화체육관광부와 국민생활체육회(국체회)의 재정 지원을 받은 덕분에 선수 출신의 전문 지도자를 영입할 수 있었다. 전북스포츠클럽 이경훈 매니저는 “대학 아이스하키팀 코치도 했던 분이 체계적으로 가르치니 아이들 실력이 쑥쑥 늘더라. 우리 학생들은 공부도 잘 한다. 중학교 아이스하키팀에서 오라는데도 ‘공부해야 한다’며 반대하는 부모가 있을 정도”라고 말했다.

국내 스포츠 현실에서 ‘스포츠와 학업의 병행’은 쉽지 않다. 학교 스포츠부에 들어간다는 것은 사실상 운동선수를 직업으로 삼겠다는 것이다. 평일에는 공부하자며 2011년 ‘고교야구 주말리그’를 도입했지만 이는 결국 평일에 훈련하고 주말에 경기하는 결과를 낳았다. 대한체육회에 따르면 57개 종목에 선수로 등록된 학생은 10만 명에 육박한다. 반면 프로 구단과 실업팀 선수를 다 합쳐도 1만 명이 안 된다. 운동만 해 왔기 때문에 다른 직업을 찾기도 힘들다.

종합형 스포츠클럽은 선진국처럼 ‘공부하는 운동선수’의 육성을 목표로 한다. 어릴 때부터 전문 지도자를 통해 제대로 기초를 닦아 놓으면 방과 후 운동만으로도 학교 선수에 뒤지지 않는 기량을 갖출 수 있다는 판단이다. 독일은 3000만 명 가까운 국민이 11만 개의 클럽에서 활동하고 있는 ‘스포츠 클럽의 천국’이다. 독일의 국가대표는 클럽에서 스포츠를 시작한 선수들이 대부분이다.

2013년부터 2년 연속 평가 1위를 받은 전북스포츠클럽은 800여 명의 회원 가운데 70%가 유·청소년이다. 이 매니저는 “운영을 해 보니 스포츠 선진국처럼 되려면 어릴 때 클럽에서 운동을 시작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판단해 유·청소년 비중을 높였다”고 말했다. 국체회 관계자는 “내년부터 모든 종합형 스포츠클럽이 적어도 한 종목 이상의 선수반을 만들어야 한다. 우수 선수를 대한체육회나 가맹경기단체의 선수로 등록해 클럽 중심의 청소년 운동부를 양성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승건 기자 why@donga.com
심상보 국민생활체육회 지역진흥부 차장 인터뷰▼

“2013년 이 사업을 처음 시작할 때만 해도 회의적이었죠. 스포츠클럽들이 없는 것도 아닌데 괜히 예산만 낭비하는 것이 아닌가했죠. 지금은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잘만 되면 국내 스포츠의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믿습니다.”

심상보 국민생활체육회(국체회) 지역진흥부 차장(사진)은 종합형 스포츠클럽의 지원을 맡고 있는 실무책임자다. 올해에만 전국 30개 클럽을 최소 두 번씩 다녀왔다. 클럽들을 평가하는 것도 그의 몫이다. 심 차장은 “지난 2년 동안 1위를 한 전북스포츠클럽과 올해 1위인 서귀포시스포츠클럽은 지방자치단체가 적극적으로 지원을 해주는 곳”이라며 지자체의 관심을 당부했다. 종합형 스포츠클럽에서 국내 스포츠 선진화의 희망을 보고 있다는 심 차장은 “공부하지 않는 학교 운동선수, 미흡한 체육영재 지원시스템, 갈 곳 없는 은퇴 선수 등의 고질적인 문제점들이 종합형 스포츠클럽을 통해 해결될 수 있을 것”이라며 “내년 3월 통합체육회의 출범을 계기로 종합형 스포츠클럽이 한 단계 더 도약할 수 있도록 노력 하겠다”고 말했다.

이승건 기자 w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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