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명보 전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46)이 중국 프로축구 항저우 그린타운(이하 항저우)의 사령탑에 올랐다.
홍명보장학재단은 17일 “홍 감독이 중국 슈퍼리그(1부 리그) 소속인 항저우의 지휘봉을 잡기로 했다. 항저우의 축구 철학과 강한 영입 의지가 홍 감독의 마음을 움직였다”고 밝혔다. 중국 현지 언론 등에 따르면 2016년부터 2년간 계약한 홍 감독의 연봉은 17억 원 수준이다.
홍 감독은 항저우 구단주를 만나 계약 세부사항, 선수단 구성 등에 대해 논의한 뒤 이날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했다. 생애 첫 프로사령탑에 오른 그는 “중국에서의 첫 도전인 만큼 내 역량을 모두 발휘해 항저우의 미래를 밝게 만들겠다. 성적도 중요하지만 선수들의 성장에 기여하고 싶다”고 말했다. 항저우 구단은 이날 홈페이지에 홍 감독의 사진과 함께 ‘홍명보 감독님 어서 오세요’라는 한글 문구를 게재했다.
홍 감독이 지도자로 복귀한 것은 지난해 브라질 월드컵 이후 1년 5개월 만이다. 홍 감독은 최근 아시아 정상급 클럽들로부터 많은 ‘러브콜’을 받았지만 중국 슈퍼리그 중위권인 팀인 항저우를 택했다. 항저우는 이번 시즌 11위를 기록했다.
장학재단 관계자는 “항저우는 다른 중국 구단에 비해 재정이 넉넉한 팀은 아니지만 연령별 대표팀 선수를 많이 배출하는 등 유소년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고 젊고 가능성 있는 선수가 많다”고 말했다. 스타 선수를 영입해 전력 강화를 노리는 대부분의 중국 팀들과는 달리 유망주 발굴에 집중하는 팀인 데다 20대 초반 선수가 많아 미래가 기대되는 팀이라는 얘기다. 홍 감독은 “미래지향적인 항저우의 시스템이 나와 잘 맞았다. 개인의 명예 회복보다는 내가 좋아하는 축구를 하고 싶어서 감독을 맡게 됐다. 항저우 측에서 ‘강등만 되지 않게 해달라’며 부담을 덜어줬다”고 덧붙였다. 항저우는 20세 이하 대표팀, 올림픽 대표팀 사령탑을 거치며 2012년 런던 올림픽에서 한국에 동메달을 안겼던 홍 감독의 선수 육성 능력이 팀 정책과 맞아떨어진다고 판단했다. 항저우 구단은 “홍 감독의 검증된 지도력을 높게 평가한다. 한국 축구의 투쟁심과 정신력, 팀워크 등 우수한 점을 배우고 싶다”고 밝혔다.
홍 감독과 항저우의 접촉설은 지난달 25일부터 중국 언론을 통해 흘러나왔다. 양측의 합의에 오랜 시간이 걸린 것은 ‘성적이 좋지 않을 경우 구단이 일방적으로 감독을 경질할 수 있고 연봉도 일부만 지급한다’는 내용의 계약 조항을 놓고 의견 차가 있었기 때문이다. 장학재단 관계자는 “팀 정비 등을 위해 충분한 시간이 필요한 홍 감독은 구단 측에 해당 조항을 빼 달라고 했고 구단도 동의해 합의가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홍 감독은 “항저우가 내가 일을 하는데 있어서 불편한 조항을 모두 제외하기로 양보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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