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CC 가드 김민구(25·190cm·사진)는 16일 전주체육관에서 열린 ‘2015∼2016 KCC 프로농구’ 4라운드 KGC와의 홈경기에서 터닝 포인트를 맞았다. 16분36초간 뛰면서 11점·3리바운드를 기록해 팀의 85-60 승리에 일조했다. 교통사고로 고관절을 다쳐 다리 신경이 끊어지는 큰 부상을 입은 이후 1군 무대에서 두 자릿수 득점을 올린 것은 이날이 처음이었다.
눈에 보이는 기록보다 더 의미가 있었다. 경기가 치열하게 진행되는 상황에서 코트에 나서 제대로 된 경기력을 선보였다는 점이다. 몸싸움과 수비 스텝 등 상대 선수들과 비교해도 크게 부족함이 없었다. 다쳤던 다리를 절뚝거리는 모습은 남아있지만, 벤치에서 지시한 대인방어까지 소화해냈다. 루스 볼을 잡으려다 사이드라인 쪽에 앉은 관중과 부딪힐 뻔했지만, 순발력과 점프로 피했다. 이후 제대로 착지해 부상을 피할 수 있을 정도로 다리에 힘도 생겼다.
KCC 추승균 감독은 “상대가 지역방어를 써 슛이 좋은 (김)민구를 반신반의하는 생각으로 넣어봤다. 터프한 상황에서도 어느 정도 견디는 모습을 봤다. 몸은 완전치 않지만 패스와 슛 감각 등은 괜찮아 보였다”고 칭찬했다. 이어 “다칠 뻔한 상황에선 나도 깜짝 놀랐다. 나중에 물어보니 괜찮다고 하더라. 매 경기 KGC전처럼 기용하긴 쉽지 않겠지만, 좀더 활용해도 될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김민구는 “내가 뛰는 모습을 보면 나보다 주변에서 더 많이 걱정해주신다. 완벽하다고는 할 수 없지만, 1군 경기에 뛸 정도는 되는 것 같다. 모처럼 많이 뛰었는데 괜찮았던 것 같다”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출전 기회가 주어진다면 잘할 수 있을 것 같은데, 그렇다고 당장 다치기 이전처럼 할 수는 없다. 지금부터 꾸준히 1%씩 늘려간다는 생각으로 훈련하고 있다”며 옅은 미소를 지었다.
한순간의 실수로 그의 연봉은 리그 최저인 3000만원이 됐다. 지난 시즌은 통째로 날렸다. 올해 여름부터 팀과 함께 훈련하고, 경기를 뛰면서 신경이 돌아오는 속도는 빨라졌다. 그러나 아직도 다친 다리의 신경은 완벽하게 돌아오지 않았다. 다치기 전처럼 완벽하게 회복할 수도 있지만, 그렇지 못할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민구는 속죄하는 마음으로 코트에서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쏟아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