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영입 공세 속 전북만 공격적 수혈 ‘전북만 팀이냐’ 자조 섞인 시선 부담감 전력보강 뒷짐진 얼어붙은 K리그 시장 해외파 복귀도 요원한 ‘셀링 리그’ 숙제
“누군가 시작을 해야지.”
2015시즌 K리그가 막을 내리자 많은 축구인들의 시선이 한 곳을 향했다. 클래식(1부리그) ‘1강’ 전북현대다. 일단 전북이 움직여야 다른 팀들도 이적시장에 뛰어들고 스토브리그가 서서히 달궈질 것이라는 기대에서였다. 예상이 맞아 떨어졌다. 항간에선 ‘투자 규모를 줄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지만, 다행히 전북은 ‘전북다운’ 면모를 잃지 않았다. 최강희 감독이 다음 시즌 최대 목표를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정상으로 삼은 만큼 국내·외를 가리지 않고 전력보강에 가장 성실히(?) 임하고 있다. 12월 내내 적극적 행보로 선수 영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제주 유나이티드 로페즈(25)에 이어 전남 드래곤즈 이종호(23)-임종은(25)의 영입을 확정했다. 또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와 일본 J리그를 거친 김보경(26)과 오래전 접촉해 영입성사단계에 접어들었다. 사실상 공식 발표만 남긴 4명 모두가 다른 팀들도 군침을 흘렸고, 몇몇은 접촉을 시도했던 정상급 자원들이다. 막강 자본을 바탕으로 물량공세를 퍼붓는 중국축구로 인해 K리그에 점차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는 상황에서 유일하게 제 몫을 하는 전북이 잔뜩 얼어붙은 K리그 시장을 지키는 최후의 보루가 된 형국이다.
그런데 진짜 문제는 전북이 오직 자신만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이러한 상황을 원치 않았고, 지금도 원치 않는다는 점이다. 이적시장이 ‘전북의, 전북에 의한, 전북을 위한’ 흐름으로 전개되자 “K리그에 전북만 있냐”는 자조적 목소리가 축구계 곳곳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당연히 전북은 외롭다. 더욱이 지금의 풍토를 만든 것도 전북이 아니다. 규모는 증가됐을지언정, 전북은 하던 대로 하고 있을 뿐이다. 오히려 나머지가 제 역할, 기본에 미치지 않고 있기에 작금의 상황이 빚어졌다는 분석이 더 옳다. 전북 이철근 단장은 “우리가 엄청난 돈을 쓰는 모양새가 됐는데, 솔직히 다른 팀이 쓰지 않아 그렇게 비쳐지는 것이다. 우린 할 일을 하고 있다”며 답답해했다.
실제로 나머지 구단들은 ‘전북이 선택하지 않는’ 이삭 줍기에 그치려는 분위기다. 일찌감치 외국인선수들과 결별한다는 내부 방침을 세운 정규리그 2위 수원삼성은 보강은커녕 ‘기존 멤버들만 잔류시켜도 다행’이라는 불편한 기류가 흐르고 있다. 김승대(24)를 중국 슈퍼리그 옌볜FC에 내준 포항 스틸러스도 추가 이탈 루머만 무성할 뿐 보강이 없다. ‘명가재건’을 노리는 울산현대도 ‘대어급’ 영입이 없어 아쉬움이 크다. 그러다보니 성사 여부를 떠나 데얀(34)이 친정팀 FC서울 복귀를 타진한다는 소식이 ‘가뭄에 단비’처럼 느껴질 정도다.
내년 시즌 K리그는 벌써부터 또다시 전북천하가 될 것이란 말이 나오고 있다. ‘전북과 11개 팀의 난쟁이’가 겨루는 리그가 된다면 흥행은 요원할 수밖에 없다. 더욱이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얼어붙은 시장은 내부에서의 활발한 움직임을 막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이적료가 붙는 계약기간이 남은 선수는 당연하고, 유럽이나 아시아 무대에서 뛰던 선수들도 되돌아오지 못하는 상황을 조성한다. 합당한 처우가 없는데 옛 정으로 발걸음을 뗄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이러다 공멸할 수 있다. 수급은 없고, 좋은 선수가 이탈한다는 이유로 ‘셀링리그’가 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있는데, 그나마 전부가 좋은 선수를 육성하고 성장시킬 형편이 되는 것도 아니다. 셀링리그에도 명확한 방향이 전제돼야 한다. 전체 구성원들이 함께 고민할 문제”라는 많은 축구인들의 뼈있는 지적을 허투루 흘려들어선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