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상 막을 내린 분위기이던 FA(프리에이전트) 시장이 다시 술렁이고 있다. 바로 ‘알짜 FA’ 오재원(30)이 4주간의 군사훈련을 마치고 18일 퇴소했기 때문이다. 오재원의 거취가 어떻게 될지, 최근 몸값이 폭등하고 있는 FA 시장이기에 그가 과연 얼마에 계약을 체결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공·수·주를 겸비한 내야수로 2루수가 전공이지만, 1루수도 가능하다. 비상시 3루수와 유격수까지 맡을 수 있는 만능 유틸리티 플레이어다. 이번 시즌 두산이 2001년 이후 14년 만에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했는데 주장으로서 팀을 이끈 오재원의 리더십도 한몫했다. 그는 지난해 인천아시안게임 금메달로 얻게 된 병역면제 혜택으로 이번 4주 군사훈련을 마쳐 병역 의무를 다했다. 지난달 열린 ‘2015 WBSC(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 프리미어 12’에서도 국가대표로 활약했을 정도로 이제 한국야구를 대표하는 내야수로 자리매김 했다.
오재원은 프리미어 12를 마치고 지난달 22일 귀국 후 하루 만인 23일 훈련소에 입소해 FA 협상을 할 시간이 없었다. 규약상 이제 원 소속구단 두산 뿐만 아니라 모든 구단과 협상이 가능한 상황이다. 활용 폭이 큰 내야수여서 어떤 구단에서 데려가도 쓰임새가 많다. 게다가 나이도 이제 막 30대로 젊어 몸값이 상승할 요인은 충분하다.
● 그룹 분위기와 시장 상황이 좋지 않은 점이 악재
두산으로선 기본적으로 우승한 해에 주장을 역임한 핵심선수이기에 다른 팀에 빼앗기고 싶지는 않다. 팀 간판스타였던 김현수도 메이저리그 볼티모어와 계약이 성사 될 것으로 알려지면서 오재원까지 놓친다면 전력뿐만 아니라 충성도 높은 두산의 팬심이 흔들릴 수 있다.
그러나 최근 두산그룹 계열사인 두산인프라코어가 대규모 구조조정을 시도하는 과정에서 악화된 여론이 변수다. 20대 신입사원까지 희망퇴직 대상자로 몰린 상황에서 프로야구선수에게 수십 억원의 고액계약을 체결하는 게 쉽지만은 않다. 냉정하게 생각하면 건설장비제조업체인 두산인프라코어의 사태로 인해 프로야구단인 두산 베어스 구단 운영까지 움츠려들 필요는 없지만, 그룹 내 분위기나 여론 신경을 안쓸 수 없다.
두산 김승영 사장은 이에 대해 “야구단은 야구단이다”며 “일단 오재원이 퇴소를 하면 (FA 협상을 위해) 만나보겠다”는 원론적 대답만 내놨다. 정확히 얘기하자면 오재원 FA 협상과 관련한 더 이상의 발언을 하기에도 부담스런 처지다. 잡아도 걱정, 안 잡아도 걱정, 진퇴양난인 격이다.
여기에 시장 상황도 오재원에게 유리하지는 않다. 이미 FA 시장에서 철수하겠다 밝힌 구단도 있고, 오재원이 필요해 보이는 팀의 일부도 일찌감치 발을 뺐다. 여러 구단이 영입경쟁을 펼쳐야 몸값도 상승하는 법, 표면적으로 그리 낙관적이지만은 않은 분위기다.
그러나 FA 협상은 뚜껑을 열어 봐야 안다. 전혀 예상하지 못한 팀이 움직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특히 충분히 베팅할 만한 매력을 가진 선수여서 오재원의 최종 행선지에 팬들과 야구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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