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까지 ‘보상선수 없이 FA 영입’ 특혜 “선발투수 없었다” 유한준 영입 후 철수 선택과 집중 vs 아까운 카드, 두가지 시선
“보상선수가 필요한 프리에이전트(FA) 계약은 수십억원짜리 신용카드 할부결제와도 같다. 지금 당장은 달콤하지만, 곧 애지중지 모은 적금(유망주)을 깨야 한다. 후유증은 종종 곧 심각하게 다가온다.”
한 전직 단장의 말이다. FA 시장은 과열되고 있다. 그러나 미래에 더 많은 초점을 맞추고 있는 많은 팀들은 20인 보호선수를 제외한 보상선수 규정에 망설인다. FA 시장에도 ‘승자의 저주’가 존재할 수 있다. 보상선수로 떠나보낸 유망주가 얼마 후 대형 FA 계약의 주인공보다 훨씬 뛰어난 선수로 성장할 수도 있다.
KBO와 각 팀은 신생팀이 FA 시장에서 더 자유롭게 전력을 보강할 수 있도록 2년 동안 각각 3명씩 보상선수 없이 외부 FA 영입이 가능한 큰 특혜를 부여했다. 이에 따라 NC는 2013∼2014년 이호준, 이현곤, 이종욱, 손시헌을 보상선수 없이 FA로 계약했다. 이들은 젊은 선수들과 조화를 이루며 NC의 2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을 함께 했다. 두 번째 신생팀 혜택의 수혜자 kt는 아직 FA 시장에 오재원이라는 매력적 카드가 남아있지만 유한준을 끝으로 일찌감치 시장에서 철수했다.
앞으로는 좀처럼 얻을 수 없는 큰 특혜 속에 이뤄진 kt의 FA 시장 성적표는 몇 점일까. 지난해 kt는 FA 시장 태풍의 핵이었다. 교체되기 전 경영진은 비공식적 자리에서 “수원 출신 리그 최고 타자와 정상급 선발투수를 함께 잡고 싶다”고 말했는데, FA 자격 취득을 앞둔 최정(SK)과 장원준(두산)을 염두에 둔 말이었다. 그러나 갑자기 경영진이 바뀌고, 그룹 전체가 구조조정에 들어가면서 kt는 예상과는 반대로 큰 투자를 하지 않았다. 그 대신 보상선수를 내줘야 하는 팀이면 선택하기 어려웠던 김사율, 박기혁, 박경수 등 3명과 계약했다.
kt가 올 시즌 초반 극심한 부진에 빠지자 거센 비판을 받았던 가장 큰 부분은 소극적 FA 투자였다. 그러나 박경수가 데뷔 이후 가장 좋은 모습으로 활약했고 박기혁도 베테랑으로 제 몫을 해내면서 비판은 상승세로 돌아선 팀 성적과 함께 사그라졌다. 당시 kt 김진훈 단장은 취재진 앞에서 “내년 스토브리그에서 정상급 FA를 꼭 영입하겠다”고 약속하기도 했다.
올 시즌 종료 후 조범현 감독은 “외부전력 보강은 구단에 일임했다. 내 역할은 주어진 전력을 키우고 전략을 준비하는 것”이라며 역할 구분을 분명히 했다. 그러나 사석에선 “얼마나 좋은 기회냐. 내년에는 돈이 있어도 보상선수를 생각해 계약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나올 수도 있다”며 전력 보강의 필요성을 간절히 표현하기도 했다.
kt는 단장의 약속처럼 올 FA 시장 야수 최대어로 꼽힌 유한준을 4년 총액 60억원에 잡았다. 그러나 내부 FA 김상현 외에 더 이상의 계약은 없었다. 보호선수가 필요 없는 ‘골드카드’가 2장이나 남았지만 사용하지 않았다. kt 실무진은 “야수진 보강과 함께 선발투수가 필요했지만 FA 시장에 선발투수는 나오지 않았다”고 그 배경을 설명했다.
kt의 선택을 바라보는 외부의 시선은 두 가지다. ‘정상급 야수 유한준에 2차 드래프트에서 이진영도 잡았다. 그 대신 선발투수는 외국인투수 3명을 배치했다. 분명한 선택과 집중이다’와 ‘아까운 카드 2장을 날렸다. 강력한 의지가 있었다면 FA 시장에서 불펜투수를 영입해 트레이드를 시도할 수도 있는 것 아니냐’로 갈린다. 물론 모든 정답은 내년 시즌 순위표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