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블록슛-2…2위 로드보다 583개 많아 팀을 위한 희생…단순한 수치 이상의 가치 김주성 “내가 처음 달성하는 기록” 자부심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는 말이 있다. 프로스포츠에선 기록이 선수의 이름을 전한다. 기록표 맨 위에 자신의 이름을 아로새긴다는 것은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한국농구를 대표하는 스타 김주성(36·동부)은 남자프로농구 역사에 자신의 이름을 남길 대기록 달성을 눈앞에 두고 있다. 프로통산 998개의 블록슛(슛한 공을 쳐내는 것)을 기록 중이다. 대망의 1000블록슛에 2개만을 남겨놓고 있다. 이는 프로농구 출범 이후 최초인 대기록이자, 당분간 깨지지 않을 ‘불멸의 대기록’이다.
● 선수의 가치 높이는 개인기록
‘팀 승리가 우선이다. 개인기록은 중요하지 않다.’ 종목을 불문하고 최근 프로선수들의 인터뷰에서 가장 일반적이면서도 식상하게 들을 수 있는 말이다. 기록의 의미도 팀 승리 앞에선 퇴색되는 요즘이다. 남자프로농구를 주관하는 KBL은 아예 계량 부문은 시상조차 안 한다. 그러나 선수의 커리어를 빛내는 데 개인기록만큼 중요한 것은 없다. 동시에 기록은 선수의 자부심이다. 프로농구 통산 득점(1만3232점)·리바운드(5234개) 1위 기록 보유자인 서장훈은 “내 기록은 치열하게 선수생활을 해온 흔적이다”며 남다른 자부심을 드러내기도 했다.
김주성의 블록슛에는 단순한 수치 이상의 의미가 담겨있다. 김주성은 1대1 수비를 통해 블록슛을 기록하기도 했지만, 2선 수비나 속공 저지를 통해 기록한 것이 대부분이다. 이는 팀 동료들에게는 ‘내가 뚫려도 김주성이 막아준다’는 믿음을 심어줬다. 이는 ‘동부산성’ 탄생의 근원이다. 반면 상대팀 선수들은 공격을 시도할 때마다 김주성을 의식할 수밖에 없다. 그의 존재 자체가 상대에게는 공포 그 자체다.
● 1000블록슛, 당분간 나오지 않을 대기록
김주성은 경기당 1.58블록슛을 기록했다. 이 추세라면 이르면 24일 인천 전자랜드전, 늦으면 26일 LG와의 홈경기에서 1000블록슛을 달성할 수 있다. KBL은 김주성이 1000블록슛에 성공하는 순간, 잠시 경기를 멈추고 대기록을 기념하는 시간을 가질 예정이다. 김주성의 기록을 이처럼 기념하는 이유는 당분간 깨지기 어려운 불멸의 기록이기 때문이다.
현재 통산 블록슛 2위는 415개의 찰스 로드(KGC)다. 김주성의 반도 채우지 못했다. 로드가 향후 6시즌 반 동안 전성기의 기량을 유지하면서 뛰어야 근접할 수 있는 기록이다. 국내선수 중에선 하승진(KCC)이 통산 314블록슛으로 김주성의 뒤를 잇고 있다.
개인기록에 대해선 크게 욕심을 드러내지 않았던 김주성도 블록슛만큼은 큰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그는 “프로생활을 하면서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한다는 것은 큰 영광이다. 다른 기록도 의미가 있지만, 1000블록슛은 내가 처음 달성하는 기록이자, 당분간은 나오기 힘든 기록이다. 큰 자부심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