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부터 2014년까지 6년 동안 해외로 이적한 국내 축구 선수들은 얼마나 될까. 대한축구협회 자료에 따르면 820명이다. 연평균 137명. 성인만 대상으로 한 것은 아니다. 12세 이상의 등록 선수에 대해 협회가 이적동의서를 발급한 경우다. 일본으로 간 선수가 261명으로 가장 많고 동남아가 250명, 서유럽이 148명으로 그 뒤를 잇는다. 중국으로도 48명이 갔다. 820명에는 2009년까지 프로축구 FC 서울에서 뛴 기성용(스완지시티) 등 ‘빅리그’에 진출한 선수부터 초등학교를 마치고 축구로 ‘조기유학’을 간 선수까지 모두 포함돼 있다. 그렇다고 해도 다른 종목과 비교하면 엄청난 숫자다. 국내 최고 인기 종목이라는 프로야구만 해도 해외 진출 선수는 열 손가락 안에 꼽힌다. 초·중학교를 마치고 해외에 나가는 것은 꿈도 못 꾼다.
▷축구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글로벌 스포츠다. 국제축구연맹(FIFA)회원국은 209개국으로 유엔 회원국(193개국)보다 많다. 국내 야구 선수가 갈 수 있는 국가가 미국과 일본 정도(간혹 대만이나 남미로 가기도 하지만)로 한정된 데 비해 축구 선수는 갈 곳이 널렸다. 요즘은 대학 진학이나 프로 진출에 실패하고 해외로 나가는 선수도 늘고 있다. 한 에이전트는 “매년 이맘때면 ‘아이가 축구를 계속할 곳을 좀 알아봐 달라’는 고3 부모가 꽤 있다. 운동을 쉬지 않고 할 수 있다면 연봉은 못 받아도 괜찮다고 하는 학부모도 많다. 그곳에서 기량을 쌓아 국내로 돌아오고 싶어 하는데 실현 가능성도 충분하다”고 말했다.
▷최근 K리그 신인왕 출신인 포항 김승대와 제주의 주전 미드필더 윤빛가람이 중국 프로축구 옌볜 FC로 이적했다. 대표팀 코치를 지낸 박태하 옌볜 감독의 영향도 없지는 않겠지만 몸값이 뛰지 않았다면 움직였을 리 없다. 옌볜은 올해 중국 프로축구 2부인 갑리그에서 뛰었던 팀이다. 우승을 한 덕분에 1부인 슈퍼리그로 승격했지만 대도시인 광저우 상하이 베이징 등을 연고지로 하는 팀들과는 비교할 수 없는 팀 규모다. 그런 옌볜도 내년 운영비는 국내 구단보다 많다. 신인왕이 아니라 최우수선수(MVP) 출신이 중국으로 가는 것도 새삼스러울 게 없다. 월드컵 대표팀을 맡았던 홍명보 감독이 선택한 곳도 슈퍼리그다.
▷스타급 선수들이 해외에 진출할 때마다 K리그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하지만 막을 수는 없는 일이다. 눈앞의 성적을 떠나 미래를 보면 해외 진출은 긍정적인 면도 있다. 저변을 확대하는 데는 그만한 동기 부여가 없기 때문이다. 팀이 12개뿐인 K리그 클래식 선수가 되기 위해 축구를 시작하는 아이들이 얼마나 되겠는가. 자국 스타 대부분이 빅리그에서 뛰고 있는 ‘축구 왕국’ 브라질의 프로리그는 여전히 성업 중이다. 선수층이 워낙 두꺼운 덕분이다. K리그 대부분의 팀이 예산을 줄이고 있다. 비싼 선수를 더는 잡아둘 수는 없다. 한 수도권 팀 감독은 이렇게 말했다. “부임 후 매년 예산이 삭감됐다. 그래서 구단이 육성하는 유소년 선수들을 눈여겨보고 있다. 그게 답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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