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 르엉 계약 마무리 단계… K리그 30년 만의 동남아 선수
패스 정확하고 킥 좋은 미드필더… 외국인 관중 동원 마케팅 목적도
동남아시아 국가의 선수가 30년 만에 국내 프로축구 무대를 밟는다.
프로축구 K리그 클래식(1부 리그)의 인천 구단은 23일 “베트남의 유망주 르엉쑤언쯔엉(20·사진)을 영입하기로 했다. 현재 계약이 마무리 단계”라며 “르엉은 28일 베트남 현지에서 입단식을 갖고 이르면 다음 달 4일 시작되는 강원 태백 전지훈련부터 팀에 합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르엉은 피아퐁(56·태국) 이후 국내 프로축구에서 뛰는 두 번째 동남아 국가 선수다. 1984∼86년 럭키금성(현 FC 서울)에서 뛰었던 피아퐁은 세 시즌 동안 43경기에 출장해 18골 6도움을 기록했고 1985년에는 득점상(12골)과 도움상(6도움)을 동시에 수상한 특급 공격수였다.
대전 FC가 올해 7월 스페인과 필리핀 이중 국적자인 수비수 실바(31)를 영입하면서 아시아 쿼터를 적용받기 위해 필리핀 국적으로 한국프로축구연맹에 선수 등록을 했지만 실바는 한눈에 봐도 외모가 서양 사람이다. K리그 클래식에서는 팀별로 외국인 선수를 3명까지 보유할 수 있는데 아시아 국가의 선수에 한해서는 1명 더 추가 영입할 수 있다.
베트남의 클럽팀 호앙안자라이 소속인 르엉은 22세 이하 베트남 국가대표로 전 연령대를 통틀어도 베트남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미드필더라는 평가를 받을 만큼 기량이 뛰어나다. 특히 패스가 정확하고 킥이 좋아 베트남 대표팀에서 세트피스 기회는 대부분 르엉에게 돌아간다. 르엉은 지난달 29일 베트남 호찌민에서 열린 21세 이하 친선 대회 한국과의 결승전 때도 풀타임을 뛰면서 베트남 대표로 참가한 호앙안자라이의 2-0 승리에 기여했다. 일본 J2(2부) 리그에서도 르엉 영입에 관심을 보인 구단이 있었지만 1부 리그 팀에서 뛰고 싶어 한 르엉이 인천을 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천이 르엉을 영입하기로 한 데는 마케팅 차원의 목적도 있다. 인천 구단 관계자는 “지난해 인천 아시아경기 때 우리 팀이 안방으로 쓰는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서도 축구경기가 열렸다. 동남아 국가의 경기가 있는 날에는 남동공단 등 인천지역 내 동남아 국가 외국인 노동자들이 경기장을 많이 찾았다. 동남아 국가 선수를 영입하면 관중 동원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했다”고 말했다.
인천 구단이 베트남 현지에서 르엉의 입단식을 먼저 갖는 것도 마케팅 차원의 분위기 띄우기용이다. K리그 구단이 외국인 선수를 영입하면서 영입 선수의 나라에서 입단식을 따로 열어 주는 건 드문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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