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자탑 쌓아가는 박병호…공든 탑 무너뜨린 임창용

  • 스포츠동아
  • 입력 2015년 12월 28일 05시 45분


프리미어12 야구대표팀 김인식 감독-NC 테임즈-두산 김태형 감독-미네소타 박병호-NC 박석민(왼쪽 상단부터 시계방향으로). 사진|스포츠동아DB·스포츠코리아
프리미어12 야구대표팀 김인식 감독-NC 테임즈-두산 김태형 감독-미네소타 박병호-NC 박석민(왼쪽 상단부터 시계방향으로). 사진|스포츠동아DB·스포츠코리아
■ 2015 한국야구 ‘빛과 그림자’

1. 영광과 오명의 인물 열전


한국야구는 2015년에도 풍성한 수확을 올렸다. 김인식 감독이 지휘한 국가대표팀은 11월 일본과 대만에서 펼쳐진 ‘2015 WBSC(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 프리미어 12’에서 초대 챔피언으로 등극했고, 사상 첫 10개 구단 체제를 맞은 KBO리그는 역대최다인 736만539명의 관중을 기록하며 두산의 통산 ‘V4’ 달성으로 막을 내렸다. 물론 이처럼 알찬 결실의 이면에는 어두운 일면도 도사렸다. 삼성 소속 선수들의 해외원정도박 파문과 kt 포수 장성우가 연루된 SNS 파문 등은 최근 양적으로 급속하게 성장한 KBO리그에 적잖은 과제를 남겼다. 스포츠동아는 2015년 한국야구의 빛과 그림자를 KBO리그를 중심으로 되짚어보는 시간을 마련했다.<편집자 주>

김인식 감독, ‘프리미어12’ 우승 지휘
‘40-40’ 테임즈, MVP·황금장갑 독식

임창용·오승환 등 해외 원정도박 오명
장성우 SNS 파문·최진행은 도핑 양성


■ 명(明)

2015년 그라운드는 어김없이 여러 인물들의 명과 암이 갈렸다. 그러나 꼭 기록만이 그들의 성공과 실패를 가른 것은 아니다. 오히려 더 중요한 것은 열정과 책임감 그리고 자존감이었다.

● 김인식= 한 번은 ‘우연’일 수 있다. 두 번은 굳이 질투하는 시선으로 본다면 ‘요행’으로 애써 깎아 내릴 수 있다. 그러나 세 번째만큼은 그 누구도 이견을 달 수 없다. ‘2015 WBSC 프리미어 12’에서 김인식 감독은 ‘역대 최약체’라고 평가된 대표팀을 이끌고 국민들에게 우승컵을 선물했다. 대회 직전 주축 투수들이 불법해외원정도박 혐의로 엔트리에서 제외되는 등 연이은 악재를 따뜻한 리더십과 냉철한 전략전술로 극복했다. 2006년과 2009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4강과 준우승에 이은 또 한번의 쾌거다.

에릭 테임즈= NC 에릭 테임즈는 KBO리그 최초 40홈런-40도루 클럽 주인공이 됐다. 사상 처음 한 시즌 2차례 사이클링히트도 뽑아냈다. 53홈런을 기록한 넥센 박병호(현 미네소타)를 제치고 정규시즌 최우수선수(MVP)와 골든글러브 1루수 부문 주인공이 됐다. 역시 기록이 전부는 아니었다. 테임즈는 올 시즌 중 기부금 조성을 위한 행사를 창원에서 직접 열었다. 알고 보니 남몰래 국내 기관에 꾸준히 기부도 하고 있었다. 이역만리 한국과는 아무런 인연이 없었지만 “팬들에게 받은 사랑을 조금이라도 갚고 싶었다”고 했다.

김태형= 메이저리그 마지막 4할 타자 테드 윌리엄스는 “야구는 열 번 중 세 번의 성공만으로 좋은 평가를 받는 유일한 영역이다”고 했다. 오래도록 기억되는 명언이지만 아쉽게 타자에게만 해당되는 말이다. 감독은 단기전에서 단 한 번의 패배만으로 모든 것을 잃을 수 있다. 화려한 스타가 아니었지만 강력한 카리스마로 두산의 주장을 지냈던 김태형 감독은 데뷔 첫 시즌에서 한국시리즈 정상에 올랐다. 1983년 해태 김응룡, 2005년 삼성 선동열, 2011년 삼성 류중일 감독에 이어 역대 4번째 데뷔 시즌 우승을 차지한 감독으로 우뚝 섰다.

박병호= 우리에게는 애증의 존재, 그러나 살아있는 전설이 되어가고 있는 스즈키 이치로(마이애미)는 2001년 미국행 비행기를 타며 “메이저리그의 수준이 세계 최고라고 들었다. 야구선수로 그곳에서 뛰고 싶은 것은 당연한 일이다”고 말했다. 이치로의 마음은 모든 야구선수들의 꿈과 같다. 박병호가 미네소타 유니폼을 입고 KBO리그 홈런왕 출신 최초로 빅리그에 도전장을 던진다. 포스팅 비용 1285만달러와 4년 연봉 총액 1200만달러의 대우를 받았다. 이어 김현수도 2년 700만달러의 조건에 볼티모어와 계약해 KBO리그 FA(프리에이전트) 최초로 빅리그에 진출하면서 확실히 달라진 KBO리그의 위상을 보여줬다.

박석민= 박석민은 시즌 후 NC와 4년 총액 96억에 사인하면서 KBO리그 역대 FA 최고액 계약의 역사를 썼다. 정우람은 한화와 4년 총액 84억원에 계약해 역대 불펜투수 최고액 기록을 세웠다. 사회 정서에 어긋나는 고액 계약이라는 비난과 비판도 있었지만, 스포츠스타 슈퍼리치의 탄생은 한국사회에 아직 성공 사다리가 있고 개천에서도 용 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는 의미가 있다. 아직 계약을 마치지 않은 FA도 있지만, 27일까지 19명의 FA 계약에 총 723억2000만원이 들어갔다. FA 역사상 역대 최고액이다.

삼성 임창용-KT 장성우-LG 정성훈-한화 최진행-롯데 이종운 감독(왼쪽 상단부터 시계방향으로). 스포츠동아DB
삼성 임창용-KT 장성우-LG 정성훈-한화 최진행-롯데 이종운 감독(왼쪽 상단부터 시계방향으로). 스포츠동아DB

■ 암(暗)

임창용= 수많은 명언을 남긴 메이저리그 명포수이자 감독 요기 베라는 ‘어디로 가고 있는지 모른다면 결국 가고 싶지 않은 곳으로 가게 된다’고 말했다. 마카오행 비행기에 탈 때 그 끝이 어디인지 알고 있었을까. 지금까지 남긴 기록만으로도 충분히 위대했던 임창용은 야구장 밖에서 스스로 품격을 지키지 못하면서 모든 것을 잃었다. 역대 2번째로 통산 100승(114승)과 200세이브(232세이브)를 달성했지만 시즌 후 방출 통보를 받고 쓸쓸히 유니폼을 벗게 됐다. 윤성환, 안지만, 오승환도 해외원정도박 혐의로 이미지 실추와 선수생활의 위기를 마주하고 있다.

장성우= kt 포수 장성우는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로 인해 팬들에게 큰 충격을 안겼다. 장성우가 털어놓은 야구 종사자들에 대한 욕설과 비방을 옛 애인이 SNS 상에 공개하면서 파장이 커졌다. 장성우는 재능이 뛰어났지만 롯데에서 강민호에 가려 빛을 보지 못했다. kt 이적은 본인에게 인생의 전환점이 될 수 있는 행운이었다. 그러나 SNS 파문으로 인해 고개를 숙여야만 했다. KBO는 유소년야구봉사활동 120시간과 사회봉사활동 120시간이라는 징계를 내렸고, kt 구단도 출장정지 50경기와 벌금 2000만원 등의 징계를 내렸다. KA 윤완주와 롯데 이성민 SNS로 한바탕 홍역을 치렀다.

정성훈= 해마다 되풀이되고 있는 음주운전 사고는 2015시즌에도 끊이지 않았다. LG 정창헌이 6월에 음주운전을 하다 오토바이와 접촉사고를 일으켜 3개월 출장정지와 벌금 1000만원의 징계를 받았다. 8월에는 베테랑 정성훈은 대리운전을 통해 귀가하던 중 거주하고 있는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음주운전을 했다. 1개월 이상 구단에 이를 알리지 않다가 9월 중순 뒤늦게 알려지면서 잔여경기 출장정지를 당했다. LG는 2차례의 소속 선수 음주운전 악재 속에 9위로 추락했다.

최진행= 축구황제로 불렸던 호나우두는 은퇴 직전 ‘배부른 돼지’, ‘자기관리 실패의 대명사’라는 비난을 받았다. 그러나 은퇴 후 갑상선 기능 저하로 치료를 받아야 했지만 운동선수에게는 금지된 약물이라 식이요법과 운동만으로 버틴 사연을 공개했다. 엄청난 비난 속에서도 선수생활을 계속 하기 위한 혼신의 노력이었다. 한화 최진행은 6월 도핑테스트 결과 양성 반응이 나와 재검사 끝에 30경기 출장 정지 징계를 받았다. 지인이 선물한 ‘보약’을 아무런 의학적 자문 없이 복용했다는 해명이 뒤따랐지만 여론은 싸늘했다.

이종운= 롯데 이종운 전 감독은 급격히 약해진 팀 전력과 최악의 팀 분위기 속에 지난해 말 지휘봉을 잡았다. 좋은 성적은 기대하지도 않았다. 분위기 쇄신과 새로운 팀 문화를 바랐다. 그러나 초반 상위권으로 치솟자 팀 안팎에서 ‘포스트 시즌’이라는 말이 자연스럽게 나왔다. 그러나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하면서 계약기간 3년 중 1년 만에 경질됐다. 롯데는 이종운 감독을 떠나보낸 후 새 사령탑도 신인 조원우 감독으로 뽑았다. 계약기간은 2년으로 했다.

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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