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지 않은 기다림이었다. 새해 1월 6일 만 18세가 되면 소속 팀 경기에 나설 수 있다. 징계에 발이 묶였던 이승우(17·FC 바르셀로나·바르사·사진)가 ‘날개’를 달 날이 열흘도 남지 않았다.
이승우는 2011년 바르사 산하 인판틸A(14세 이하)에 입단하며 바르사와 인연을 맺었다. 유소년팀인 후베닐B, 후베닐A를 거쳐 올해 7월 성인 팀인 바르사B로 승격했지만 출전은 할 수 없었다. 구단이 18세 미만 선수에 대한 이적 규정을 어겨 지난해 4월 국제축구연맹(FIFA)의 징계를 받았기 때문이다. 9월에는 팀 훈련 참가와 클럽 시설 사용 금지라는 추가 징계까지 받아 지난달 20일부터는 프로축구 수원 FC에서 훈련을 해 왔다.
이승우는 국내에서 의미 있는 시간을 보냈다. 수원 FC에서 ‘형님’들과 공을 차며 기량을 갈고닦았고, 대한축구협회가 주최한 연탄 나르기 봉사활동에도 참가했다. 27일에는 처음으로 ‘홍명보 자선 축구’에 출전해 최우수선수(MVP)로 뽑혔다. 김병지(전남), 지동원, 구자철(이상 아우크스부르크) 등 쟁쟁한 선배들과 함께 뛰어 얻은 결과였다.
훈련할 곳이 마땅치 않았던 이승우를 받아 준 수원 FC 조덕제 감독은 “밖에는 튀는 모습을 많이 보여 줬지만 승우가 원래 착하고 성실하다. 누구보다 열심히 훈련했다. 실전 경험을 위해 대학 팀들과의 평가전에 내보냈는데 웬만한 형들보다 낫더라. 공을 다루는 능력과 돌파할 때의 스피드는 우리 선수들도 감탄할 정도였다. 승우가 온 뒤 수원 FC가 진 적이 없다. 승강 플레이오프를 할 때도 열심히 응원했다. 팀이 클래식에 승격했으니 승우도 개인적으로 잘 풀리기 바란다”고 말했다. 시력이 나쁜 할머니가 자신을 알아볼 수 있도록 염색했던 머리를 원래대로 바꾸고 홍명보 자선 축구 경기에 출전했던 이승우는 “새로운 시작이다. 준비를 잘해 좋은 모습을 보여 주겠다. 울리 슈틸리케 축구대표팀 감독님이 실전 경험을 강조하셨는데 팀에 돌아가 최대한 노력하겠다”라고 각오를 밝혔다.
이승우는 다음 달 3일 스페인으로 떠난다. 다음 달 6일 징계가 해제되면 바르사B와 후베닐A를 오가면서 공식 일정을 소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승우의 에이전트인 박정선 팀트웰브 대표는 “일단 구단에서 몸 상태를 체크한 뒤 어느 팀에서 뛰게 할지 결정할 것이다. 일단 후베닐A보다 바르사B가 좋긴 하겠지만 큰 의미는 없다고 본다. 어느 한쪽을 메인으로 하면서 각 팀의 중요한 경기에 호출돼 성장한 모습을 보여 주는 게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어릴 때부터 이승우를 지켜보면서 바르사 진출에 다리를 놓아 준 유명환 유소년축구연맹 사무국장은 “후베닐A나 바르사B나 전체 엔트리가 많지 않기 때문에 점검받을 기회는 자주 올 수 있다. 능력이 있는 선수이니만큼 자신의 말처럼 열심히 하면 다음 시즌에는 더 큰 무대(1군)에 도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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