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만 해도 SK는 삼성의 유일한 대항마로 꼽히며 ‘우승 후보’로 불렸다. 그러나 와일드카드 경쟁 끝에 5위로 가을야구에 턱걸이하는 데 그쳤다. 포스트시즌도 단 1경기 만에 허무하게 끝났다.
SK를 우승 후보로 꼽을 수 있었던 배경에는 철저한 ‘내부단속’이 있었다. FA(프리에이전트) 자격을 취득한 5명의 선수를 모두 잡았다. 최대어였던 최정(28)과 김강민(33), 조동화(34)를 잔류시킨 데 이어 시장으로 나갔던 나주환(31)과 이재영(36)도 눌러 앉혔다.
창단 이후 최고의 투자를 했으나, 결과는 실망스러웠다. 특히 구단 최초로 50억원 이상을 투자한 내야와 외야의 중심, 최정(4년 86억원)과 김강민(4년 56억원)은 부상으로 각각 81경기와 96경기에 출장했다. 둘은 10년 넘게 SK에서 뛰면서 2000년대 후반 ‘SK 왕조’를 이끈 주역으로, 내야와 외야의 중심을 잡아줘야 하는 선수들이다. 그러나 최정은 타율 0.295(275타수 81안타)에 17홈런 58타점, 김강민은 타율 0.246(293타수 72안타)에 4홈런 31타점에 그쳤다. 최정은 6년 만에, 김강민은 3년 만에 3할 타율에 실패했다.
거액을 들인 내부단속의 실패는 SK가 올 겨울 FA 시장에서 지갑을 닫도록 만들었다. 지난해 5명보다 많은 6명의 내부 FA 중 주축 투수 정우람(30·한화)과 윤길현(32·롯데), 포수 정상호(33·LG)를 잡지 못했다. SK로서도 합리적 지출이 아닌 이상 명분이 없었다.
2016년 SK에는 이렇다 할 전력 플러스 요인이 없다. 올해는 재활을 마치고 돌아오는 투수 박희수(32)나 박정배(33)에 대한 기대도 있었지만, 내년에는 그런 기대요소도 보이지 않는다.
전력 유출만 있는 상황에서 기댈 것은 기존 전력의 분발이다. 결국 FA 계약 1년차에 제 몫을 다하지 못한 최정과 김강민이 부활해야 한다. 코칭스태프도 그들에게 거는 기대가 크다. 특히 김강민은 조동화에게 주장 완장을 넘겨받았다. 코칭스태프가 직접 선임한 만큼, 팀의 중심으로 부활해달라는 메시지가 담겨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