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 환상 힐킥골… “주전 경쟁은 지금부터”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2월 30일 03시 00분


왓퍼드전 후반 23분 교체출전… 44분 결승골 작렬
벤치 설움 날렸지만 경쟁자 라멜라-알리 활약 부담
특급조커 딱지 떼려면 ‘손흥민 존’ 확실히 찾아야

28일(현지 시간) 왓퍼드전에 출전한 손흥민(토트넘)의 활동 영역을 표시한 이미지. 토트넘 홈페이지
28일(현지 시간) 왓퍼드전에 출전한 손흥민(토트넘)의 활동 영역을 표시한 이미지. 토트넘 홈페이지
‘교체 신세’의 설움을 날린 한 방이었지만 여전히 갈 길은 멀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토트넘의 손흥민(23)이 28일(현지 시간) 열린 왓퍼드와의 방문경기에서 후반 23분 교체 출전해 골을 터뜨렸다. 1-1로 맞선 후반 44분 동료의 크로스를 발뒤꿈치로 방향을 바꿔 골망을 흔든 결승골이었다. 리그 5경기 연속 선발 명단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던 그는 “부상 복귀 후 벤치에 있는 시간이 많았지만 훈련을 열심히 했다”고 말했다. 2-1로 이긴 토트넘은 리그 3위(29일 현재)로 올라섰다. 영국 일간지 데일리메일은 “극적인 골을 넣은 손흥민은 토트넘의 영웅”이라고 극찬했다.

이번 시즌 4호골(EPL 2골)을 터뜨렸지만 주전을 보장받기 위해 손흥민이 해야 할 숙제는 여전히 많다. 가장 큰 문제는 팀 내에서 확실한 공격 포지션을 잡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토트넘이 홈페이지에 올린 경기 자료에 따르면 손흥민의 경쟁자인 에리크 라멜라(23·8골)와 델레 알리(19·4골)는 경기장 내 활동 영역이 확고하다. 라멜라는 오른쪽 측면, 알리는 중앙에서 오랜 시간 머물며 공격을 전개했다. 반면 손흥민은 마지막으로 선발 출전했던 지난달 29일 첼시전에서 뚜렷한 포지션이 없었다. 부지런히 움직였지만 자신만의 확실한 공격 루트가 없었다는 얘기다. 출전 시간이 짧았던 왓퍼드전에서도 뚜렷한 활동 영역은 없었다. 압박과 역습을 강조하는 토트넘 전술의 특성상 사전에 약속된 위치에서 연계 플레이에 능한 선수가 중용될 가능성이 높다.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토트넘 감독은 “자유로운 플레이 속에 유기적인 조직력을 보여 주는 게 나의 축구 철학이다”고 밝혔다. 손흥민으로서는 역습 때 동료들이 자신을 보지 않고도 믿고 패스할 수 있는 ‘손흥민 존(zone·구역)’을 찾아내는 것이 급선무다.

400억 원의 막대한 이적료를 내고 영입한 손흥민을 쓰지 않는 것은 팀으로서도 손해다. 그러나 손흥민이 부상으로 경기에 나서지 못할 때도 전력을 유지했고, 리그 순위도 올렸기 때문에 포체티노 감독은 큰 부담을 느끼지 않고 있다. 여기에 손흥민과 주전 경쟁을 벌이는 선수들의 몸값과 경쟁력도 만만찮다. 라멜라는 토트넘으로 옮기며 3000만 유로(약 385억 원)의 이적료를 기록했고, 알리는 한창 상승세인 유망주다.

왓퍼드전 결승골로 손흥민은 감독에게 깊은 인상을 심어주면서 다시 한 번 선발 경쟁에 불을 붙일 기회를 얻었다. 포체티노 감독도 “오늘 골은 손흥민에게도 중요했다”고 말했다. 내년 1월 4일 에버턴과의 방문경기를 앞두고 있는 손흥민이 ‘특급 조커’가 아닌 ‘선발 공격수’로 새해 첫 경기를 시작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
#손흥민#주전경쟁#왓퍼드#결승골#교체출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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