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문별 1위 박석민도 기죽인 김기태 ‘몸 개그’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2월 31일 03시 00분


프로야구 팬들이 뽑은 부문별 1위

# “지나간 것은 지나간 대로 그런 의미가 있죠”

올 시즌 마지막 프로야구 경기가 열린 지도 벌써 62일이 지났다. 다행히도 올해는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프리미어12가 열려 ‘1년 중 가장 슬픈 날’이 늦춰졌다. 메이저리그 LA 다저스의 토미 라소다 전 감독은 “야구 시즌이 끝나는 날”이 바로 가장 슬픈 날이라고 말했다. 게다가 한국이 이 대회에서 우승한 덕에 올해는 야구 팬 모두가 승자로 야구 시즌을 마칠 수 있었다.

# “우리, 다 함께 노래합시다”

이제 TV 중계가 없는 프로야구 경기는 상상하기도 힘들다. 그러면서 야구팬들도 준(準)전문가가 됐다. 게다가 야구 통계 사이트 몇 곳이 올해 새로 문을 열어 팬들은 ‘숫자’라는 무기까지 갖추게 됐다. 그런데도 야구팬들에게 ‘올해 최고는 누구였냐’고 묻는 기회는 좀처럼 찾기 힘들다. 그래서 동아일보에서 2년 연속 물었다. 기록지에서 쉽게 찾아보기 힘든 10개 분야 최고는 누구라고 생각하느냐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페이스북과 트위터 사용자, 그리고 야구 커뮤니티 ‘파울볼’ 회원 등 총 500명이 응답했다.

# “후회 없이 꿈을 꾸었다 말해요”

올해 가장 큰 이변은 김기태 KIA 감독(50.8%)이 NC 박석민(47.0%)을 꺾고 ‘최고 개그 캐릭터’에 등극한 것이다. 지난해에는 투표 참가자 1000명 중 724명(72.4%)의 선택을 받은 박석민이 여유 있게 이 부문 1위를 차지했었다. 김 감독은 올 시즌 상대 내야수가 3피트 수비 한계 범위를 넘지 않았다는 심판 판정에 항의하느라 잠실구장 2루 베이스 옆에 드러눕기도 했고, 폭투에 대비해 3루수를 포수 뒤로 옮기는 파격적인(규칙 위반) 수비 포메이션을 선보이기도 했다. 반대로 넥센 서건창은 ‘치고 달리기’, LG 봉중근은 ‘주자를 가장 잘 묶어 두는 투수’에서 각각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1위 자리를 지켰다.

# “그대 가슴에 깊이 묻어 버리고…”

가장 접전을 벌인 부분은 ‘몸쪽 공을 가장 잘 던지는 투수’였다. 두산 유희관(25.8%)이 NC 해커(24.4%)를 꺾었다. 실제 데이터 결과에서도 둘은 박빙의 승부를 펼쳤다. 군사용 레이저 기술을 기반으로 투구 정보를 추적하는 애슬릿미디어 ‘트랙맨 베이스볼’에 따르면 해커가 20.1%를 몸쪽으로 던져 19.4%를 던진 유희관에 앞섰다. 이런 데이터를 팬들이 직접 찾아보기는 쉽지 않지만 머리를 모으면 거의 정확하게 판정을 내릴 수 있다는 증거다.

# “새로운 꿈을 꾸겠다 말해요”


2016 프로야구 개막까지 이제 겨우 93일 남았다. 자신이 메이저리그에 데뷔한 지 꼭 69년 되는 9월 22일 숨을 거둔 요기 베라는 생전에 말했다. “끝날 때까지는 끝난 게 아니다.” 하물며 아직 시작도 하지 않은 시즌은 말할 것도 없다. 올 시즌 꼴찌 팀 kt 팬이라고 해도 내년 시즌 개막 때까지는 우승을 꿈꿔도 좋다. 해마다 겨울이 되면 누릴 수 있는 야구팬의 특권이다.

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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