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LA 다저스 류현진(29)은 내셔널리그 신인왕 투표 4위, 2015년 피츠버그 강정호(29)는 내셔널리그 신인왕 투표 3위에 올랐다. 그렇다면 2016년 볼티모어 김현수(28)와 미네소타 박병호(30)는 아메리칸리그 신인왕 투표에서 어떤 성과를 낼까.
2013년 류현진은 14승에 방어율 3.00을 기록했다. 그해 내셔널리그 신인왕은 마이애미 호세 페르난데스였다. 12승을 거둬 승수에선 류현진보다 뒤졌지만, 2.19라는 놀라운 방어율로 투표권을 가진 전미야구기자협회 회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만약 류현진이 아메리칸리그 소속이었다면 어땠을까. 물론 지명타자가 없는 내셔널리그보다 아메리칸리그의 타선이 더 호락호락하지 않다. 당시 내셔널리그에는 페르난데스와 함께 류현진의 팀 동료 야시엘 푸이그 등 쟁쟁한 후보가 많았지만, 아메리칸리그 신인왕으로는 88경기에서 타율 0.293에 13홈런 53타점을 기록한 탬파베이 윌 마이어스가 뽑혔다. 14승 신인 투수가 아메리칸리그에 있었다면 충분히 경쟁력이 있었다.
강정호는 큰 부상을 당했지만 지난해 126경기에서 타율 0.287, 15홈런, 58타점으로 선전했다. 신인왕의 주인공은 시카고 컵스 크리스 브라이언트로 151경기를 뛰어 타율 0.275에 26홈런 99타점을 기록했다.
지난 3∼4시즌을 보면 리그를 강타하는 슈퍼스타가 등장하지 않는다면 2할9푼대 타율에 두 자릿수 홈런을 올린다면 신인왕에 도전해볼 수 있다. 메이저리그는 특급 유망주도 대부분 마이너리그에서 충분한 적응기간을 거친다. 이를 통해 체력적, 기술적 완성도를 높인다. 박병호와 김현수는 한국프로야구에서 각각 10년과 9년을 뛰었지만 메이저리그는 벅찬 무대임에 틀림없다. 낮선 환경과 언어도 극복 대상이다. 그러나 경험 자체만으로는 빅리그 신인들보다 훨씬 풍부하기 때문에 김현수와 박병호가 한국에서 보여준 기량을 발휘한다면 충분히 도전해볼 만하다.
메이저리그 전문가인 대니얼 김 SPOTV 해설위원은 “포스팅 금액과 연봉 등을 종합했을 때 박병호와 김현수 모두 팀 내에서 주전급으로 기대하고 있음이 드러난다. 스프링캠프와 시즌 초반 팀 내에 잘 녹아든다면 좋은 출발을 기대할 만하다”고 말했다.
메이저리그 진출이 KBO리그보다 훨씬 활발했던 일본의 경우 노모 히데오(1994년), 사사키 가즈히로(2000년), 스즈키 이치로(2001년) 등 3명이 메이저리그에서 신인왕을 거머쥐었다. 이치로의 경우 메이저리그 데뷔 첫 시즌 무려 242안타를 기록하며 미국 내에서 ‘일본에서 이미 위대한 업적을 쌓은 이치로를 신인으로 분류하는 것이 과연 타당한가’라는 논란도 낳았다. 그해 이치로는 아메리칸리그 최우수선수(MVP)도 함께 수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