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신년(丙申年)’ 2016년의 첫 해가 떠올랐다. 풍성한 ‘원숭이띠’ 스타들로 기대감이 높아진 한국축구다. 수년 전만 해도 새내기에 불과했던 1992년생들은 이제 어엿한 주축으로 자리매김했다.
국가대표팀 ‘슈틸리케호’에는 내로라하는 에이스들이 즐비하다. 가장 최근에 꾸려진 11월 대표팀 명단(2018러시아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라오스 원정)에는 손흥민(토트넘)-김진수(호펜하임)-이재성(전북현대)-황의조(성남FC) 등 4명이 이름을 올렸다.
이적료 400억원에 토트넘 유니폼을 입은 손흥민은 발(족저근막) 부상으로 부침을 겪기도 했지만 2015년 마지막 경기였던 지난달 29일(한국시간) 왓포드 원정(2015∼2016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19라운드)에서 골 맛을 보며 희망을 쏘았다. 이는 9월 20일 크리스털 팰리스전(홈) 이후 3개월 만에 터진 정규리그 2호 골(1도움)로, 손흥민은 자신의 건재를 알리는 한편 해결사의 면모를 다시 과시했다.
손흥민의 ‘절친’으로도 잘 알려진 대표팀의 왼쪽 풀백 김진수도 내일의 희망가를 부르고 있다. ‘붙박이 주전’을 꿰찬 지난 시즌에 비해 올 시즌의 시작은 조금 우울했다. 주전 경쟁에 밀려나며 우려를 자아냈다. 그러다 반전이 이뤄졌다. 10월 마르쿠스 기스돌 감독이 성적 부진의 책임을 지고 물러나고 후프 슈테벤스가 부임하면서 기류가 바뀌었다. 김진수는 다시 중용됐고, 성탄절 휴식기 이전까지 7경기 연속 풀타임을 소화하며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이재성도 특별한 2016년을 꿈꾼다. 지난달 28일 기초군사훈련을 위해 입소한 이재성은 K리그를 대표하는 ‘최고 블루칩’이 됐다. 전북과 대표팀을 오가며 맹위를 떨쳐 ‘2015 올해의 영플레이어상’을 수상한 그는 베르더브레멘, 함부르크, 프랑크푸르트 등 독일 분데스리가 명문 클럽들이 각별한 관심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정상을 노리는 전북에 일단 잔류한다는 방침이지만, 그와는 별개로 ‘제2의 손흥민’을 찾으려는 유럽 클럽들의 관심이 끊이지 않을 전망이다.
K리그에서의 꾸준한 활약과 골 퍼레이드로 울리 슈틸리케(62·독일) 감독의 마음을 사로잡더니 결국 태극마크를 가슴에 단 황의조의 한 해도 아주 기대된다. 이제야 ‘무명’에서 벗어난 그를 향해 일본 J리그 감바 오사카 등이 지난해 여름을 기점으로 여러 차례 영입 의향을 타진할 정도로 돋보이는 공격수로 발돋움했다. 성남 김학범 감독은 “아직 부족한 면이 많지만 지금의 페이스와 노력을 계속한다면 더 큰 선수로 성장할 것”이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황의조의 진짜 전성기는 아직 오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