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축구는 2015년 ‘슈틸리케호’의 빼어난 성과 속에 모처럼 희망을 봤다. 2014브라질월드컵의 참패를 딛고 일어선 국가대표팀의 쾌속항해는 팬들에게 미소를 안겼다. 그러나 여전히 K리그 스탠드에는 빈자리가 많았고, 그라운드는 불미스러운 사건사고로 얼룩졌다. 한국축구는 어디로 가야 할까. 스포츠동아는 병신년(丙申年) 새해를 맞아 한국축구의 발전방안과 지향점을 3회에 걸쳐 제시한다.
울리 슈틸리케(62·독일) 국가대표팀 감독이 말했듯, 한국은 축구에 대해 강한 열정을 지닌 나라다. 2002한일월드컵을 통해 세계적 붐을 일으킨 ‘길거리 응원’의 원조다. 4년마다 월드컵에 열광하고, A매치에는 뜨거운 관심이 모아진다. 그러나 정작 국내 프로리그는 활성화되지 못했다. 기업구단들은 여전히 자생력 없이 모기업의 지원에 의존하고 있고, 도·시민구단들은 빈약한 재정형편 탓에 정상적 운영이 힘들 정도다.
한국축구의 중심은 대표팀이 아니다. K리그 클래식(1부리그)과 챌린지(2부리그)가 돼야 한다. 십수 년째 반복되고 있는 ‘한국축구의 위기’는 바로 K리그의 위기다.
무엇보다 신뢰 회복이 급선무다. 팬들의 믿음을 받을 수 있어야 함은 물론이고, 구성원간 신뢰도 되찾아야 한다. 2011년 불거진 승부조작으로 쑥대밭이 됐던 K리그는 2015시즌 종료 후 또 한 번 홍역을 앓았다. ‘축구인’임을 자부하던 안종복 전 경남FC 사장의 개인비리로 시작된 검찰 수사의 칼날은 에이전트와 구단의 검은 거래뿐만 아니라 심판 매수까지 입증했다. 외국인선수 영입을 두고 벌어지는 뒷거래는 이제 놀랄 일도 아니게 됐지만, 심판 매수가 실체를 드러낸 것은 처음이었다. 팬들의 신뢰는 또 한 번 땅에 떨어졌고, 시선은 싸늘하다 못해 냉소적 상태에까지 이르렀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은 지난해 연말 부랴부랴 반스포츠적 비위 척결을 위한 범축구계 특별대책위원회인 ‘클린축구위원회’를 발족한 뒤 축구계 전반의 문제에 대한 검토·분석 및 재발방지책 수립에 나섰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소식이지만, 연맹이 아무리 적극적으로 나선다고 해도 구성원들의 의식이나 행태가 바뀌지 않으면 헛일에 지나지 않는다.
신뢰 회복을 위해선 ‘투명한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용병 영입 비리는 제대로 된 시스템을 갖추면 바로잡을 수 있는 문제다. 각 구단이 주체적으로 움직여야 한다. 불공정 심판에 대한 끊임없는 불신은 연맹이 뿌리 뽑아야 한다. 그동안 연맹이 나름의 노력을 기울인 것은 사실이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심판 문제는 특히 팬들과의 신뢰뿐만 아니라 축구계 구성원간의 신뢰가 걸린 문제란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승부조작 등은 확고부동한 ‘원스트라이크 아웃제’를 통해 근절해나가야 한다. 꾸준한 소양교육 등을 통한 예방은 물론이고, 한 순간의 실수도 결코 돌이킬 수 없는 죄악임을 각인시키고 추후 유사한 사건이 발생하면 뼈를 깎는 아픔을 수반하더라도 일벌백계해야 한다.
지난 연말 연맹이 발표한 2015년 K리그 관중 자료에 따르면, 클래식 12개 구단 중 유료관중수 1위(평균 1만4846명)는 FC서울, 유료관중 비율 1위(91.5%)는 수원삼성이었다. 그러나 클래식 전체 평균 유료관중수는 5456명, 유료관중 비율은 70.7%에 그쳤다. 연맹은 항목별 상위 구단의 명단은 공개했지만, 하위 구단의 ‘민낯’은 밝히지 않았다. 수치를 공표하기에는 부끄러운 수준이었기 때문일 게다.
공짜표 남발은 ‘K리그는 공짜로 볼 수 있는 경기’라는 그릇된 인식을 심어주는 것은 물론이고, 정정당당하게 제 값을 내고 축구장을 찾은 팬들에 대한 모독이다. K리그의 신뢰 회복을 언급하며 공짜표 문제를 거론한 것은 당장 지금 한명이라도 더 입장시키고 보자는 꼼수로는 근본적인 팬층 확대가 요원하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서다. 공짜표 문제도 결국은 신뢰다. 돈을 내고 들어온 팬이 ‘옆 사람은 공짜로 들어오지 않았을까’라는 의구심을 품게 된다면 K리그의 발전은 난망하다. 2016년 K리그는 도약이냐 추락이냐의 기로에 서 있다. K리그 구성원들의 각성과 환골탈태가 이뤄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