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덕여 감독 “12팀만 나서는 올림픽… 사상 첫 본선티켓에 도전”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월 5일 03시 00분


윤덕여 女축구대표팀 감독의 포부

윤덕여 여자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이 지난해 12월 28일 본보와의 인터뷰가 끝난 뒤 올림픽이 열리는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방향을 가리키는 포즈를 취했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윤덕여 여자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이 지난해 12월 28일 본보와의 인터뷰가 끝난 뒤 올림픽이 열리는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방향을 가리키는 포즈를 취했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2012년 12월, 여자 축구 국가대표팀 사령탑으로 윤덕여 감독(55)이 선임됐을 때 축구계에서는 고개를 갸우뚱하는 사람이 많았다. 윤 감독이 여자 축구를 지도한 경험이 전혀 없었기 때문이었다. 윤 감독의 전임자인 박남열 감독은 여자 축구 WK리그에서, 박 감독의 전임자인 최인철 감독은 초등학교와 중학교, 19세 이하 여자 대표팀 등에서 지휘봉을 잡았던, 말 그대로 여자 축구에서 잔뼈가 굵은 지도자들이었다.

윤 감독은 “내가 여자 대표팀 감독을 맡자 의아해하는 정도를 넘어 반대하는 목소리도 있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이런 분위기 때문에 윤 감독은 부임 전날 밤을 새워가며 선수들의 이름과 얼굴을 외웠다. 그리고 첫 만남 때 선수들의 눈을 일일이 맞춰가면서 이름을 불렀다.

부임 당시 큰 환영을 받지는 못했던 윤 감독. 하지만 그는 전임자 중 누구도 못한 일을 해냈다. 윤 감독이 이끄는 여자 대표팀은 지난해 6월 캐나다에서 열린 월드컵에서 사상 첫 승과 함께 16강 진출에 성공했다. 여자 대표팀이 국제대회에 처음 출전한 1990년 이후 25년 만이다.

2016년 윤 감독은 한국 여자 축구의 사상 첫 올림픽 본선 진출에 도전한다. 한국은 여자 축구가 올림픽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1996년 애틀랜타 대회부터 2012년 런던 대회까지 한 번도 올림픽 본선 무대를 밟지 못했다. 남자와 달리 여자 축구에서는 월드컵보다 올림픽 본선 출전이 더 어렵다. 월드컵에는 24개국이 참가하지만 올림픽에는 12팀만이 나설 수 있기 때문이다. 아시아에 배당되는 본선 티켓도 월드컵은 5장이지만 올림픽은 2장뿐이다. 유럽도 월드컵 본선 성적으로 올림픽 지역예선을 대신할 만큼 올림픽 본선으로 가는 길이 험난하다. 윤 감독은 “월드컵 16강 진출로 여자 축구에 대한 기대 수준이 높아졌을 텐데 올림픽 본선 나가기가 월드컵 본선 출전보다 더 어렵다는 걸 팬들이 알아줬으면 한다”며 웃었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8위인 한국은 다음 달 29일부터 일본 오사카에서 열리는 아시아지역 예선에서 일본(4위), 북한(6위), 호주(9위), 중국(17위), 베트남(29위)과 올림픽 본선 티켓을 놓고 풀리그를 벌인다. 일본은 런던 올림픽과 캐나다 월드컵에서 준우승을 차지한 세계적 수준의 팀이다. 북한은 여자 대표팀이 2005년 이후 10년 넘게 한 번도 못 이겨 본 상대다. 호주와 중국은 캐나다 월드컵에서 8강까지 올랐다.

윤 감독은 솔직했다. 그는 “올해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본선에 반드시 진출하겠다고 장담하기는 어렵다”고 했다. 하지만 그는 “캐나다 월드컵을 앞두고 누구도 월드컵 첫 승과 16강 진출을 확신하지 못했다. 그러나 우리는 해냈다. 월드컵 16강으로 선수들이 많은 자신감을 얻었다. 희망을 갖고 또 한 번 도전에 나서보겠다”고 말했다. 여자 대표팀은 올림픽 아시아지역 예선에 앞서 중국에서 열리는 한국, 중국, 멕시코, 콜롬비아 4개국 친선대회(21∼26일) 출전을 위해 15일 소집된다.

이종석 기자 wing@donga.com
#윤덕여#리우데자네이루#리우 올림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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