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복귀한 kt 남태혁
팔꿈치부상에 메이저리거 꿈 뒤로… “괜히 뽑았다는 말 안듣게 뛸것”
팬들과의 첫 만남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는 남태혁. 고등학교 시절 수원구장만 오면 성적이 좋았다는 남태혁은 “기왕이면 수원구장에서 첫 홈런을 치고 싶다”고 말했다. 수원=임보미 기자 bom@donga.com
고교 졸업 후 메이저리그 LA 다저스에 진출했던 남태혁(25·kt)은 2016년 프로야구 2차 신인 지명회의(드래프트)에서 전체 1순위에 지명됐다. 해외로 진출했다 돌아온 선수가 1순위를 차지한 것은 처음이다. kt는 ‘당분간 그와 같은 거포는 나오기 어려울 것 같다’는 판단에 선발투수 자원을 포기하고 그를 1순위로 지명했다.
남태혁은 “(투수를 뽑을 걸) 괜히 타자를 뽑았다는 말이 나오지 않도록 열심히 하겠다”며 수원구장에서 굵은 땀방울을 흘리고 있다. 고된 훈련에 몸무게도 드래프트 때보다 7kg이나 빠졌다.
애써 찾아간 메이저리그를 뒤로하고 국내 복귀를 결정하는 데는 2012년 팔꿈치 수술이 결정적이었다. “왼팔 힘줄을 잘라 오른쪽 팔꿈치에 붙이는 수술이라 양손에 깁스를 했다. 밥도 못 먹고 그해 크리스마스도 호텔방에서 혼자 누워 보냈는데 완전히 버려졌다는 생각만 들었다.”
LA 다저스 방출 후에도 미국 프로야구 몇몇 구단에서 연락이 왔지만 남태혁은 미련 없이 한국으로 돌아왔다. 그는 “야구 잘하는 애들이 수백 명씩 있는 데에서 다시 싸우기가 겁이 났다”며 “다쳤던 기억만 떠올랐다”고 말했다.
하지만 야구의 꿈을 포기한 것은 아니었다. 입국하자마자 병역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13년 9월 사회복무요원으로 입대했다. 그때부터 낮에는 인천 남구청에서 근무하고, 저녁에는 제물포고 시절 은사였던 황윤성 감독이 있는 경기 안산 중앙중학교에서 연습했다. 남태혁에게 황 감독은 아버지 같은 존재다. 남태혁은 “미국에서도 어렵고 궁금한 것이 생길 때마다 황 감독님에게 가장 먼저 물어보곤 했다”며 “한국에 돌아와서도 의지할 데는 감독님밖에 없어 많이 기대고 있다”고 말했다. 1순위 지명을 가장 먼저 축하한 사람도 황 감독이다.
그는 댄블랙이 떠난 kt의 1루수에 도전장을 냈다. 남태혁은 “신생 팀이라 기회가 많을 거라 기대했는데, 쟁쟁한 형님들이 많아 내 모습을 각인시키지 못하면 살아남기 힘들 것 같다”며 “하지만 일단 댄블랙이 쓰던 라커를 내가 차지한 것을 보면 징조가 좋은 것 같다”고 웃으며 말했다.
돌고 돌아 다시 신인이 된 남태혁은 “그동안 실력을 제대로 보여 줬다고 생각한 시즌이 한번도 없었다”며 “편하고 재밌게 야구 했으면 좋겠고, 그것이 가장 하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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