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스타 떠난 빈자리…유소년 스타 발굴 숙제

  • 스포츠동아
  • 입력 2016년 1월 6일 05시 45분


LA다저스 류현진-미네소타 박병호-볼티모어 김현수-피츠버그 강정호(왼쪽 상단부터 시계방향으로). 사진|스포츠동아DB·스포츠코리아·피츠버그 파이어리스 공식 페이스북
LA다저스 류현진-미네소타 박병호-볼티모어 김현수-피츠버그 강정호(왼쪽 상단부터 시계방향으로). 사진|스포츠동아DB·스포츠코리아·피츠버그 파이어리스 공식 페이스북
■ 2016년 KBO리그에 바란다

3. 스타가 사라진다…위기의식을 갖자!

KBO리그는 2015년 10구단 시대를 열었고, 역대 한 시즌 최다관중(762만2494명·포스트시즌 포함)을 기록했다. ‘2015 WBSC(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 프리미어 12’에선 초대 챔피언으로 등극하며 한국야구의 위상을 드높였다. 그러나 야구 전문가들은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지금이야말로 위기라고 입을 모은다. 슈퍼스타가 사라지고 있고, 양적 발전을 이룬 만큼 질적 향상도 이뤄야 하나 그렇지 못한 형편이기 때문이다. ‘벌써’가 아니라 ‘아직’ 서른다섯 살밖에 되지 않은 KBO리그가 가야 할 길은 여전히 멀다. 스포츠동아는 병신년(丙申年) 새해를 맞아 한국프로야구의 지향점을 5회에 걸쳐 연재한다.

박병호·김현수 등 리그 간판선수 ML행 공백
나성범·구자욱 등 뉴스타 꾸준한 활약 필요
김인식 감독 “유소년야구 등 저변확대할 때”

“한 사람의 인재가 10만명을 먹여 살린다.” 삼성전자 이건희 회장이 남긴 말이다. 산업계에만 국한되는 말이 아니다. 한 명의 슈퍼스타는 리그 전체의 흥행을 이끈다. 1920∼1930년대 베이브 루스의 메이저리그, 1990년대 마이클 조던의 NBA(미국프로농구)가 그랬다.

한국프로야구에선 1982년 출범 원년 박철순을 비롯해 김봉연, 최동원, 선동열, 이만수 등이 1980년대 국민스포츠로의 발전을 이끌었다. 1990년대에도 장종훈, 양준혁, 이종범, 이상훈 등 수많은 스타들이 탄생했다. 1990년대 중반부터 2000년대 중반까지 유망주들이 대거 미국무대에 도전하면서 팬들의 시선이 분산됐지만, 이승엽(삼성)이라는 최고의 스타가 한국프로야구를 지켰다. 이어 2006년 제1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4강 진출로 KBO리그 전체에 큰 별들이 떠올랐다. 이후 한국프로야구는 여성 팬들의 폭발적 증가에 힘입어 새로운 중흥기를 맞았다.

2013년 리그 최고의 투수 류현진(LA 다저스)이 메이저리그로 떠났지만, 각 팀을 대표하는 스타들은 굳건히 리그의 인기를 지켰다. 그러나 2016년 KBO리그는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새로운 위기에 직면했다. 이승엽은 어느덧 우리 나이로 41세가 됐지만, 그 뒤를 이을 대형 스타는 아직 나타나지 않고 있다. 각 팀 간판선수들의 시선은 모두 메이저리그를 향하고 있다.

이미 넥센의 프랜차이즈 스타 강정호와 4년 연속 홈런왕 박병호, 두산의 간판타자 김현수가 잇달아 메이저리그로 떠났다. 각 팀을 상징하고 있는 김광현(SK), 양현종(KIA), 손아섭(롯데) 등도 해외무대 도전 의지를 가슴에 품고 있다. 나성범(NC), 구자욱(삼성)은 시대가 원하는 슈퍼스타의 자질을 갖추고 있지만, 앞으로 얼마나 더 꾸준하게 뛰어난 성적을 올릴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슈퍼스타의 조건은 리그를 압도하는 뛰어난 성적과 인생스토리, 그리고 팬들에 대한 헌신적 사랑이다. 이승엽은 20년간 국내 최고 스포츠스타의 자리를 지키고 있지만 단 한 번도 물의를 일으킨 적이 없다. 팬들은 물론 취재진을 비롯한 야구계 종사자들 사이에서도 평판이 몹시 좋다. 또 투수에서 야수로의 변신, 단일시즌 최다홈런 아시아신기록, 일본에서의 성공과 좌절, 그리고 국내 복귀, KBO리그 통산 400홈런 달성, 한·일 통산 600홈런 도전 등 숱하게 새로운 스토리를 만들어내고 있다.

베이브 루스는 사생활에선 본받을 것이 별로 없었지만 팬들에게는 매우 헌신적이었다. 전설적 스타지만, 루스의 사인볼은 경매시장에서 이름값에 비해 가치가 크게 떨어진다. 그 이유는 현역시절 워낙 아이들에게 해준 사인이 많아 희소성이 크게 떨어지기 때문이다. ‘농구황제’ 마이클 조던은 은퇴와 복귀, 야구 도전, 자신의 이름을 건 에어조던이라는 스테디셀러 브랜드 등 풍부한 이야깃거리를 만들었다.

‘스테로이드 시대’로 많은 것이 얼룩진 메이저리그는 연이어 등장하고 있는 새로운 스타들 덕분에 위상을 높여가고 있다. MLB닷컴이 집계한 2015년 유니폼 판매 순위 1위는 크리스 브라이언트(24·시카고 컵스)로 지난해 데뷔한 신인이다. 2위 매디슨 범가너(27), 3위 버스터 포지(29·이상 샌프란시스코), 4위 클레이튼 커쇼(26·LA 다저스), 5위 마이크 트라웃(25·LA 에인절스), 6위 브라이스 하퍼(24·워싱턴) 등 상위권의 선수들이 모두 20대라 메이저리그의 미래는 매우 밝다고 볼 수 있다.

일본프로야구는 수많은 스타들이 메이저리그에서 뛰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전 국민적인 사랑과 관심을 받고 있는 오타니 쇼헤이(22·니혼햄) 등 새로운 스타들의 꾸준한 탄생으로 희망찬 내일을 기대하고 있다.

리그에서 한발 떨어져 있어 객관적인 시선을 유지할 수 있는 김인식 야구대표팀 감독은 박병호, 김현수 등 스타들의 해외 진출에 대해 “어린 선수들에게는 큰 꿈, 프로선수들에게도 뚜렷한 목표가 되는 바람직한 현상”이라면서도 “메이저리그로 팬들의 눈이 쏠려 한국프로야구의 흥행에 문제가 따를 수 있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박병호, 김현수 같은 선수가 더 많이 나오도록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유소년야구 등 저변이 확대되어야 하고, 장래성 있는 선수들이 꾸준히 성장할 수 있는 바탕이 이뤄져야 한다. 또 야구 기술뿐 아니라 인성도 잘 가르쳐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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