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의 2016시즌에서 새 외국인타자 헥터 고메즈(28·사진)는 키플레이어와도 같다. KBO리그 데뷔 전의 행보를 놓고 보면, 지난해까지 ‘최고 외인’으로 자리했던 야마이코 나바로(29·전 삼성)가 연상된다.
SK는 그동안 외국인선수로 미국 선수들을 선호했다. 그러나 올해는 도미니카공화국 내야수다. 고메즈는 유격수 출신으로 2루수와 3루수도 소화할 수 있다. 마이너리그 611경기에 유격수로 출장한 그는 메이저리그에선 2루수로 28경기, 3루수로 18경기, 유격수로 17경기를 뛰었다.
역시 도미니카공화국 출신인 나바로도 유격수가 주 포지션이었지만, 유격수를 비롯해 2루수와 3루수, 외야수까지 나선 멀티플레이어였다. 그러나 이들은 빅리그 레벨에서 그저 수비 활용도가 높은 선수들이었다. 주축과는 거리가 멀었다.
나바로가 한국 무대를 노크했을 때의 나이는 27세. 고메즈는 28세에 한국행 비행기에 오른다. 한창 전성기를 구가할 시기다. 그러나 호흡이 중요한 포지션인데다, 세밀한 수비를 펼치는 KBO리그의 특성상 유격수나 2루수 영입은 위험부담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 같은 우려 속에 출발했지만, 그래도 나바로는 2014년 타율 0.308(500타수 154안타)에 31홈런 98타점 25도루로 성공적인 데뷔 시즌을 보냈고, 지난해에는 타율 0.287(534타수 153안타)에 48홈런 137타점 22도루로 홈런 2위, 타점 3위에 올랐다. 삼성이 타순 문제로 고민에 빠졌을 때 나바로가 1번타자로 나서는 등 ‘고민 해결사’ 역할도 해냈다. 리드오프부터 중심타선까지 ‘만능 키’와도 같았다. 주전 유격수 김상수의 이탈 때 유격수도 맡는 등 다재다능함은 분명한 장점이었다.
SK도 고메즈에게 거는 기대가 크다. SK 내야진에 긴장감을 불어넣어줄 존재다. 나주환과 박계현이 경쟁한 2루수는 물론, 주전으로 떠오른 김성현이 있는 유격수 자리도 고메즈의 가세로 긴장을 놓을 수 없게 됐다.
타순도 마찬가지다. 현재 SK는 최정, 정의윤, 박정권, 이재원 등 중심타선에 포진할 타자들이 확실하다. SK 김용희 감독은 “수비나 타순은 다양하게 생각하고 있다. 중심타선은 물론 1∼6번까지 어디든 들어갈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