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류 합의는 일찌감치 끝났다. 계약서에 사인하는 절차만 남겨두었는데, 시간을 끌고 끌다가 6일에야 이뤄졌다.
두산 외국인투수 더스틴 니퍼트(35)의 잔류가 확정됐다. 두산은 ‘연봉 120만달러에 재계약이 됐다’고 발표했다. 2015년 연봉(150만달러)보다 30만달러가 삭감됐다. 니퍼트는 한국시리즈 우승에 결정적 공헌을 한 사실을 근거로 동결 이상의 조건을 요구했으나, 고과성적에 따른 삭감 원칙을 고수한 두산의 방침을 받아들였다. 두산은 “부상 탓에 3개월 이상을 쉰 것을 고려해달라”고 설득했고, 니퍼트도 “미안하다”며 구단 입장을 이해했다.
그럼에도 재계약 협상이 해를 넘겨 마무리된 것은 니퍼트의 에이전시인 보라스 코퍼레이션의 ‘만만디 전략’ 때문으로 보인다. 두산 관계자는 “선수가 받아들였다 할지라도 에이전트로선 끝까지 최선을 다하는 모양새를 만들고 싶지 않았겠느냐”고 해석했다.
두산 김태룡 단장은 “니퍼트와의 계약에 옵션이 없진 않다. 그러나 니퍼트는 보장액을 크게 가져가기를 바라는 스타일이라 옵션 비중은 크지 않다”고 설명했다. 고과에 근거한 니퍼트의 연봉 삭감은 국내선수들과의 연봉협상에도 영향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이로써 니퍼트는 2011시즌부터 6년 연속 KBO리그에서 뛰게 됐다. 지난 5년간 통산 127경기(768.1이닝)에 등판해 58승32패, 방어율 3.47에 614탈삼진을 기록했다. 이 기간 동안 투구이닝과 퀄리티 스타트(73회) 등에서 KBO리그 전체 1위였다. 다만 지난해에는 부상 탓에 6승5패, 방어율 5.10으로 부진했다. 그러나 포스트시즌 5경기에 등판해 32.1이닝 2실점(방어율 0.56) 3승으로 두산의 한국시리즈 우승에 결정적으로 기여했다.
니퍼트가 재계약함에 따라 두산은 유희관(30), 장원준(31), 새 외국인투수 마이클 보우덴(30)과 더불어 막강 선발진을 구축하게 됐다. 이미 한국에 들어와 있는 니퍼트는 한국인 여자친구와 결혼식을 앞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