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희관 “뱃살은 나의 힘… 뺄 생각 없어요”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월 7일 03시 00분


두산 유희관이 밝힌 2016년

5일 잠실야구장에서 만난 유희관이 당당하게 ‘D라인’을 뽐내고 있다. 그는 “요즘엔 잘생긴 남자보다 재미있는 남자가 인기가 좋다”며 웃었다.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5일 잠실야구장에서 만난 유희관이 당당하게 ‘D라인’을 뽐내고 있다. 그는 “요즘엔 잘생긴 남자보다 재미있는 남자가 인기가 좋다”며 웃었다.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최고 구속이 시속 130km가 안 되는 투수 유희관(30·두산)에게는 꼬리표처럼 따라다니는 말이 있다. ‘그런 배팅볼 수준의 공으로는 다음 시즌에 분명 털린다’는 말이다.

2013년 처음 선발 등판해 단숨에 10승 고지를 밟은 유희관은 지난해 18승을 거두며 A급 투수의 기준이라는 3년 연속 두 자리 승수를 기록했다. 지난해 한국시리즈 5차전에서는 14년 만의 두산 우승을 확정지으며 유종의 미를 거뒀다. 하지만 팬들은 여전히 그의 투구에 의문부호를 붙인다. 느린 공 때문이다.

지난해 11월 ‘최동원상 수상 논란’이 불거진 것도 같은 이유에서였다. 아리랑볼을 던지는 투수가 강속구의 상징인 최동원을 기리는 상을 받았다는 것이었다.

이제는 ‘오기 아닌 오기’가 생긴다는 유희관은 “이제 10승을 해도 부진했다는 소리가 나올 것 같다. 매년 전보다 나은 성적을 보여줬듯이 올 시즌에도 열심히 준비해 더 좋아졌다는 소리를 듣도록 하겠다”고 했다. 최근 3년간 10승→12승→18승으로 승수를 늘려 온 유희관은 해마다 투구 이닝과 삼진도 꾸준히 늘렸고 볼넷은 반대로 줄였다. 많은 땀을 흘린 결과다. 그는 “좋은 폼은 익히는 데 오래 걸려도 나쁜 폼은 금방 몸에 배어버린다. 늘 하는 캐치볼이라도 받는 사람 가슴팍에 정확하게 꽂아 넣으며 제구력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한다”고 했다.

유희관은 지난해 정규 시즌 내내 팀의 에이스로 활약했지만 포스트시즌 때 갑작스럽게 찾아온 부진으로 마음고생을 많이 했다. 김태형 감독은 그런 그를 포스트시즌 미디어데이 행사 때마다 참석시켰다. “솔직히 한국시리즈 미디어데이 행사에는 저도 안 나가야겠다 싶었는데 감독님이 ‘너랑 현수랑 나가서 계속 이기지 않았느냐, 그냥 나가라’며 편하게 해주셨다. 기왕 욕먹을 거 즐기자는 마음이었다.” 하지만 그가 정규 시즌에서 거둔 18승이 없었다면 두산은 포스트시즌을 즐길 수 없었을지도 모른다. 유희관은 “과정보다는 늘 결과만 강조되는 면이 있어 섭섭했던 것은 사실”이라고 했다.

유희관의 야구는 늘 편견과의 싸움이었다. ‘투수는 강속구를 던져야 한다’거나 ‘배가 나오면 야구 못 한다’ 같은 고정관념 앞에서 그는 항상 당당했다. “공이 느리지만 프로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는 걸 보여주지 않았나. 발이 느리거나 키가 작아 고민하는 어린 선수들이 있다면 나를 보면서 조금이나마 희망을 가졌으면 좋겠다. 사람이라면 ‘한 가지’는 잘하는 게 있다. 자신을 믿고 늘 준비하다 보면 많든 적든 기회는 온다. 나 역시 2군에서 늘 준비했기에 한 번 온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그런 만큼 두툼한 뱃살을 뺄 생각은 전혀 없다. “팬들이 보시기에 웃겨 보일 수도, 불편해 보일 수도 있지만 지금 내 몸은 야구하는 데 전혀 부담스럽지 않다. 투구할 때 불편하면 당연히 뺐을 것”이라고 했다.

2013년 ‘개막 엔트리 들기’, 2014년 ‘선발 로테이션 거르지 않기’, 2015년 ‘팀의 4강 진출’을 목표로 해서 모두 달성한 유희관의 2016년 목표는 ‘팀의 2연패’다. 우승하면 ‘상의를 탈의하겠다’던 공약을 지킨 그에게 다음 공약을 물으니 “일단 우승을 하면 뭐라도 할 수 있을 것 같다. 이번에 상반신 노출을 했으니 그 이상의 것을 보여드려야 하는데 하반신을 노출할 수는 없으니 팬 여러분이 좋아하실 만한 공약을 고민해 봐야겠다”며 웃었다.

임보미 기자 b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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