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은 2016년 새해의 첫 날이자 ‘2015∼2016 KCC 프로농구’의 트레이드 마감일이었다. 매년 트레이드 마감일을 앞두고 외국인선수 또는 국내선수와 다음 시즌 신인지명권을 맞바꾸는 트레이드가 적잖게 일어났지만, 이번에는 조용했다. 모든 구단이 신인지명권을 내주기를 꺼렸기 때문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2016년 초겨울 열릴 신인드래프트에 나설 선수들의 면면이 속된 말로 ‘장난이 아니기’ 때문이다. 오세근(KGC), 김선형(SK) 등을 배출한 2011년 드래프트와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다는 평가다. 9∼10개월 뒤의 일이지만, 벌써부터 드래프트에 대한 기다림을 품고 있는 이들도 적잖다. 그만큼 자원이 좋다. 그 중에서도 대학 최고의 센터 이종현(22·고려대)은 장차 프로농구의 10년을 이끌어갈 ‘NEXT BIG THING’으로 주목받고 있다. 바쁜 일정을 끝내고 모처럼 쉬고 있는 그를 6일 서울 강남구 KBL 센터에서 만났다.
고려대 4년 신인드래프트 앞둔 최고 기대주 “대학리그에선 경쟁 상대 없다” 프로행 기대 게으르다는 혹평? 국가대표팀서 배워 성숙 많이 뛸 수 있는 팀, 빅맨 약한 프로팀 희망
-휴가기간이라고 들었다.
“농구대잔치까지 끝나면서 2015년 일정을 모두 마쳤다. 지난주 화요일(12월 29일)부터 2주간 휴가를 받았다. 요즘은 집에서 쉬고 있다. 농구대잔치에서 발목을 좀 다쳐 병원을 다니고, 학교에 가서 웨이트 트레이닝을 하면서 지낸다.”
-휴가가 생각보다 길지 않은 것 같은데?
“휴가가 끝나면 동계훈련이다. 체력훈련이 주를 이룬다. 코트에서 뛰거나 웨이트 트레이닝을 한다. 대학에 입학한 이후 체력훈련을 제대로 한 적이 없다. 작년에도 미국 가는 준비를 하느라 동계훈련에 참여하지 못했다. 겨울에 체력을 좀 길러놓으면, 2016시즌을 치르는 데 좀 편하게 할 수 있을 것 같다. 지난해 대학리그 일정에 대표팀 일정까지 소화하면서 체력적으로 힘들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체력훈련의 필요성을 느꼈다.”
-지난해 이야기를 잠깐 해보자. 2015년은 어땠나?
“다사다난했다. 칭찬을 듣기도 했지만 욕을 엄청 먹었던 것 같다(웃음). 아시아선수권대회에 나가서도 뚜렷한 활약을 하지 못했고…. 부족한 점을 많이 느꼈다. 이제 4학년이 되면 팀 내 고참선수가 된다. 게다가 2016년 주장을 맡게 됐다. 책임감을 더 가져야 할 것 같다.”
-‘두목 호랑이’가 된 것인가?
“맞다. (이)승현(오리온)이 형이 주장으로 있을 때 내가 의지를 많이 했었다. 경기에서도 승현이 형 덕분에 내가 훨씬 수월하게 플레이를 할 수 있었다. 승현이 형처럼 후배들이 의지할 수 있는 선배가 되려고 한다.”
-새해 계획은 좀 세워놨는가?
“일단 안 다치는 것이 목표다. 대학리그 마지막 해이기 때문에 부상 없이 나가는 대회마다 모두 우승하고 싶다. (고·연)정기전도 3년을 다 이겼는데, 4년 연속 승리하고 싶다. 대학무대 최고에 자리에 선 다음에 좋은 프로팀에 입단하고 싶다.”
-아직 드래프트가 열리려면 수개월이 남았지만, 벌써부터 주목을 받고 있다. 연초부터 인터뷰를 하는 것도 그런 기대감 때문이다. 심지어 올 시즌 프로농구에선 각 팀이 신인지명권을 내주려고 하지 않아 트레이드가 없었을 정도다. 본인 스스로도 드래프트가 기다려지는가?
“주변에서 얘기는 많이 듣고 있는데, 사실 아직 실감이 나진 않는다. 대학농구 시즌이 시작도 안 해서…. 나뿐만 아니라 (강)상재(고려대), (최)준용(연세대)이 같은 좋은 선수들이 많아서 기대감을 가져주시는 부분에 대해선 고맙게 생각한다. 트레이드가 없었던 건 우리 학년 때문이 아니라, 각 팀 감독님이 지금 팀 전력이 괜찮다고 생각하셔서 안한 것 아닌지 모르겠다(웃음).” -가끔 친구들끼리 어떤 팀을 가야 좋을 것 같다든지, 본인이 가면 괜찮을 것 같다고 상상해본 팀도 있을 것 같은데.
“승현이 형과 (문)성곤(KGC)이의 경우를 보니 내 포지션이 약한 팀에서 뛰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오리온은 승현이 형 자리가 딱 필요했던 팀이다. 그래서 승현이 형이 능력을 잘 발휘하고 있다. 성곤이는 좋은 팀에 갔지만, 같은 포지션에 워낙 농구 잘하는 형들이 있다보니 기회를 얻지 못하고 있더라. 아무래도 더 많이 뛰고 싶은 것이 선수 욕심 아니겠나. 그래서 내가 많이 뛸 수 있는 팀, 빅맨이 약한 팀으로 가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이종현에 대한 기대감도 높지만 우려의 목소리도 적잖다. 대학에선 100%를 안 해도 이기니 실력이 늘지 않았다는 평가도 있다.
“나도 그런 얘기를 많이 들었다. 1학년 때 주목을 받았다가 2∼3학년 때 성장폭이 눈에 드러나지 않았으니까. 내가 돋보일 수 있었던 것은 승현이 형이 있었기 때문이다. 승현이 형의 ‘버프(온라인 게임에서 캐릭터의 능력을 향상시키는 외부효과를 말함)’를 받았다고 할까. 지난해 승현이 형이 빠진 뒤로 ‘실력이 늘지 않았다’는 얘기를 더 많이 들었다. 그게 내 실력이었던 것 같다. 4학년이 되면서 내 능력을 더 발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동계훈련을 더 착실하게 하려는 것이고….”
-대학무대에선 이종현을 자극시킬 만한 상대가 없는 것 아닌가?
“이런 말 하면 좀 그렇지만…. 대학에선 그렇다. 프로에 가면 달라질 것 같다. 일단 용병들이 있고 (오)세근(KGC)이 형, (김)종규(LG) 형, (김)준일(삼성)이 형 같은 경쟁자들이 있다. 농구를 잘하는 형들과 경쟁해야 하기 때문에 동기부여가 더 생길 것 같다. 대학리그에선 나 자신과의 싸움이다. 이겨도 본전이기 때문이다. 가끔 준용이랑도 만나면 그런 부분에서 공감대를 나눈다. 잘해도 본전, 못하면 망신이기 때문에 그 부분에서 스트레스를 받았다.”
-유재학 감독(모비스)이 대표팀을 이끌 때 ‘이종현은 게으르다’는 혹평을 하기도 했다. 이에 대한 생각은 어떤가? 억울하다면 해명이라도 해야 하지 않겠나?
“게으른 것이 맞다. 욕먹어야 잘하는 성향이다. 나태해져있을 때 유재학 감독님에게 많이 혼났다. 그동안 많은 선생님들에게 많이 혼나면서 농구를 배웠지만, 국가대표라는 자리에서 국내 최고의 감독님에게 배우니깐 이를 받아들이는 내 마음가짐도 달랐다. 내가 부족한 부분을 잘 짚어주셨다. 수비할 때 구멍이 나는 걸 알면서도 안 간다고 엄청 혼났다. 유재학 감독님 밑에서 정신적으로 성숙해진 것 같다. 항상 감사하고 있다.” -최준용, 강상재와 친한 친구이자 드래프트 1순위를 다툴 경쟁관계이기도 하다. 이들보다 어떤 면에서 자신이 더 낫다고 생각하는가?
“서로 스타일이 좀 다른 편이다. 준용이는 외곽 플레이까지 가능하고, 상재는 슛이 좋은 편이다. 나는 공격적 부분보다 리바운드와 블록슛에 자신감이 있다. 수비적 부분에선 내가 팀에 더 많은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1순위에 대한 욕심이 있지 않나?
“물론이다. 이왕이면 1순위로 뽑히고 싶다. 올해 대학리그에서 더 잘해서 확실하게 1순위 도장을 찍어야 할 것 같다.”
-최근 김주성(동부)이 통산 1000블록슛을 기록했는데, 이와 같은 기록을 세울 선수는 이종현밖에 없다는 평가도 있다.
“(김)주성이 형이 14시즌 동안 1000블록을 하셨더라. 대단한 기록이다. 부상이나 대표팀 차출로 빠진 경기가 아니었으면 100∼200개는 더 했을 것 같다. 대표팀에 있을 때 주성이 형이 블록슛 타이밍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해주셨는데 도움이 많이 됐다. 블록슛은 내가 가장 자신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주성이 형의 블록슛 기록을 넘어서겠다는 목표를 잡고 프로무대에 도전하고 싶다. 내년 이맘때면 프로무대를 뛰고 있을 텐데, 많은 분들의 기대에 부응하는 선수가 되고 싶다. 지켜봐달라. 드래프트가 기다려진다!”
● 이종현은?
▲생년월일=1994년 2월 5일 ▲키·몸무게=206cm·107kg ▲출신교=연가초∼휘문중∼경복고∼고려대 ▲국가대표 경력=2013년 아시아남자농구선수권대회(3위), 2014년 농구월드컵,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금메달), 2015년 아시아남자농구선수권대회 ▲수상 경력=2013년 프로·아마 최강전 MVP, 2013년 대학농구리그 챔피언 결정전 MVP·신인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