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2016시즌 신인 드래프트 1순위로 프로농구에 뛰어든 문성곤(23·KGC·포워드)의 희망이다. 지난해 10월 드래프트 때 그는 “오랜 꿈인 드래프트 1순위를 차지해 기쁘다”며 밝게 웃었다. 하지만 데뷔 시즌의 성적은 초라하다. 양희종 등 국가대표 출신 선배들과의 주전 경쟁에서 밀린 그는 이번 시즌 12경기에 출전해 평균 5분을 뛰는 데 그쳤다. 평균 득점은 0.9점으로 대학리그를 주름잡는 슈터였다는 그의 명성에는 한참 부족하다.
7일 만난 문성곤은 “대학과 프로의 차이를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데뷔전(지난해 10월 31일) 때만 해도 패기가 넘쳤다. 프로에 곧바로 적응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득점은 한 점도 올리지 못하고 실책만 저질러 경기를 망쳤다”고 말했다. 대학보다 거센 프로 선수들의 몸싸움은 문성곤의 자신감을 꺾어버렸다. 그는 “공격을 할 때마다 상대의 강하고 조직적인 수비에 막혔다. 대학 때는 느껴보지 못한 압박감을 느꼈다”고 말했다. 김승기 KGC 감독도 “문성곤이 경기에 나설 체력과 기술을 갖추기 위해선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짧은 출전 시간으로 자존심에 상처를 입었지만 문성곤은 부족한 점을 깨달은 만큼 이번 시즌을 성장의 기회로 삼겠다고 다짐했다. 그는 “‘대학생 문성곤’은 잊겠다. 내가 바뀌어야 더 클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고 말했다. 출전 기회가 올 때 강한 인상을 남기기 위해 그는 경기가 없는 날에도 슈팅 연습과 웨이트트레이닝을 하며 많은 땀을 흘리고 있다.
‘새내기 돌풍’을 노리기보다 ‘미래를 위한 투자’에 집중하게 된 문성곤은 “생애 한 번뿐인 신인상을 받겠다는 욕심은 버렸다”고 했다. 그에게 신인상의 꿈을 접는 것은 부모님과의 약속을 지키지 못한다는 것을 뜻한다. 문성곤은 “고려대 입학 때도 신인상을 목표로 했지만 실패했다. 그때 부모님께 ‘프로에 가서 신인왕이 될게요’라고 약속했는데 이번에도 어렵게 됐다”고 말했다.
그 대신 그는 부모님께 더 큰 꿈을 꾸고 있다고 말했다. 문성곤은 “아버지께 언젠가는 꼭 정규리그 최우수선수(MVP)가 되겠다고 약속드렸다. 다음 시즌에는 기량발전상을 받을 수 있도록 열심히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혹독한 프로 신고식을 치르고 있는 문성곤에게 힘을 주는 동료는 한 해 먼저 프로팀의 유니폼을 입은 동갑내기 허웅(23·동부)이다. 문성곤과 유니버시아드 대표팀에서 한솥밥을 먹었던 허웅은 연세대 3학년 재학 중에 프로에 진출했다. 문성곤은 “허웅은 어른스러운 면이 있다. 내게 ‘코트만 왔다 갔다 하면서 시계추처럼 움직일 바엔 벤치에 있는 게 낫다. 5분을 뛰더라도 주도적으로 경기를 하라’고 조언해 줬다”고 말했다.
문성곤의 키는 대학교 때 4cm가 더 커 196cm가 됐다. 그는 “대학 입학 때의 키도 작지는 않았지만 대학 생활을 하며 더 컸다. 프로 생활도 대학 때의 키처럼 성장했으면 좋겠다. 가장 높은 곳(신인 드래프트 1순위)에서 출발했지만 멈추지 않고 실력을 향상시켜 선수 생활이 끝나는 졸업식 때 최고의 선수가 돼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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