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카드의 새 외국인선수 알렉산더(28)가 ‘2015∼2016 NH농협 V리그’에 새로운 이야깃거리를 만들어내고 있다. 데뷔 2경기를 통해 팀에 새바람을 불어넣자 다른 팀들은 긴장하고 있다. ‘봄배구’ 진출을 노리는 OK저축은행과 대한항공, 현대캐피탈, 삼성화재의 걱정이 특히 많아졌다. ‘알렉산더 효과’에 힘입어 고춧가루를 뿌릴 가능성이 커지면서 우리카드와의 경기가 더욱 부담스러워졌다. 반드시 승점 3을 따야 하는 경기인데 쉽지만은 않아 보인다.
7일 한국전력과의 홈경기에서 데뷔한 알렉산더는 30득점(공격성공률 40.91%)으로 합격점을 받았다. 이날 그를 보려고 전 구단의 전력분석관이 모였다. 러시아 2부리그 선수이자 국가대표 경력이 없는 선수라 경기영상을 구하려고 백방으로 뛰었지만 소득이 없었다.
한국전력은 6일 코트 적응훈련 때 어떻게 생긴 선수인지 얼굴이라도 보려고 했지만, 우리카드는 알렉산더를 꽁꽁 숨겼다. 한국전력 신영철 감독은 “전혀 파악된 것이 없다. 공식훈련 때 맨투맨하는 것을 보고 플레이스타일을 파악해 대처하는 방법 외에는 없다”고 말했다.
우리카드 김상우 감독은 3일 입국해 사흘 동안 테스트를 받은 알렉산더를 최종 선발한 이유로 3가지를 들었다. 첫째, 많은 선수를 골라서 보기 어려운 이 시점에서 더 이상 결정을 미룰 수 없었다. 둘째, 비록 국제무대에 알려진 선수는 아니지만 하고자 하는 열의가 보였다. 셋째, 기술적으로 서브 범실이 거의 없고 점프할 때 가볍게 뛰어오른다.
이름값은 떨어져도 타점과 파워, 서브능력에서 알렉산더는 다른 외국인선수와 큰 차이가 나지 않았다. 7일 러시아리그 1부리그 득점왕 출신 얀 스토크와의 맞대결에서 승리하며 2부리그의 자존심을 세웠다. 10일 KB손해보험전에선 1세트 3-4에서 서브권을 잡자 3개의 에이스와 백어택 2개로 5점을 뽑으며 팀에 8연속 득점을 선물했다. 그 덕에 우리카드는 첫 세트를 따냈다. 비록 1-3으로 역전패했지만, 알렉산더는 34득점에 55.67%의 공격성공률을 기록했다. 한국전력전보다 훨씬 좋은 수치다.
타점이나 파워가 다른 외국인선수보다 빼어난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특별한 약점도 보이지 않는다. 각을 만들어내는 능력은 떨어져도 시야가 넓어 공을 엔드라인 쪽으로 길게 때린다. 블로킹과 수비도 열심히 한다. 알렉산더가 가세하면서 우리카드 선수들의 표정이 밝아졌고, 플레이도 활기차졌다. 외국인선수가 주는 긍정적 효과다.
한국배구연맹(KOVO)은 알렉산더의 활약을 다른 각도에서 본다. 다음 시즌 시행할 남자 외국인선수 트라이아웃의 기준이라고 판단한다. 알렉산더는 다음 시즌 외국인선수 트라이아웃에 지원할 예정이었다. 그런데 기회가 예상보다 빨리 왔다. 우리카드가 군다스의 대체선수를 찾으려고 수소문하던 차에 인연이 닿았다. 2009∼2011시즌부터 러시아 리그에서 활약했던 알렉산더는 이번이 첫 해외무대 도전이다.
알렉산더는 3개월 동안 20만달러의 연봉을 받는다. 우리카드는 알렉산서의 전 소속팀에도 적정 수준의 이적료를 건넸다. 다음 시즌 외국인선수의 몸값 상한선인 30만달러 이하에 영입을 마무리했다. 결국 이번 시즌 알렉산더를 지켜보면 다음 시즌 V리그를 찾을 새 외국인선수들의 수준을 예상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