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한국국가대표팀 사령탑 홍명보(47·사진) 감독이 중국 슈퍼리그 항저우 그린타운FC 선수단에 던진 짧고 굵은 메시지다. 2년 계약으로 항저우 지휘봉을 잡고, 첫 프로무대이자 ‘제2의 지도자 인생’에 도전하는 홍 감독은 5일부터 8일까지 항저우 클럽하우스에서 팀 훈련을 이끌었다. 태국 방콕 전지훈련에 앞서 이뤄진 짧은 1차 훈련의 핵심은 자신감 끌어올리기였다.
1998년 창단 이후 단 1차례도 우승 경험이 없는 항저우는 지난 시즌 8승9무13패(승점 33)로 정규리그 11위를 기록했다. 얼핏 보면 준수한 성과로 비쳐지지만, 실은 갑(甲·2부)리그로 강등된 팀들과 큰 차이가 없었다. 정규리그 15위로 갑리그로 추락한 귀저우 런허(승점 29)보다 불과 승점 4를 앞섰을 뿐이다. 1위 광저우 에버그란데(승점 67)보다는 당연히 한참 뒤진다.
홍 감독도 이 점에 주목했다. 무엇보다 강한 투지와 체력이 우선시돼야 다음 스텝을 이어갈 수 있다고 판단했다. 지난 시즌이 종료된 지난해 10월말 이후 2개월 이상 긴 휴식을 취한 선수들을 대상으로 강도 높은 체력 테스트를 예상보다 빠른 8일 진행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조금은 갑작스레 이뤄진 체력훈련이었지만 홍 감독은 충분한 희망을 내다봤다고 했다.
홍 감독은 10일 스포츠동아와의 통화에서 “아직은 컨디션이 살아나지 않았고, 몸 상태도 완전치 않다. 다만 힘든 순간을 극복하려는 자세와 태도에서 성공에 대한 선수들의 열망을 확인했다. 중국축구, 중국선수들에 대한 (좋지 않은) 선입관을 다시 한 번 깨는 계기이기도 했다”고 밝혔다. 선수들에게는 “여러분이 이곳(항저우)에서 무엇을 할 수 있고, 어떻게 해 나갈 것인지 끊임없이 생각하고 고민하라”고 당부했다. 홍 감독은 과거 한국의 각급 대표팀을 이끌었을 때도 ‘생각하는 축구’를 꾸준히 강조했다.
물론 홍 감독 스스로도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는다. 자유자재의 커뮤니케이션까지는 아니지만 축구 지도에 꼭 필요한 핵심 중국어를 배우고, 선수들의 이름을 하나하나 외워가면서 선수들과 최대한 융화되려고 애쓰고 있다. 항저우 1군을 이끌다 현재 유소년 총책임자로 활동 중인 오카다 다케시 전 일본대표팀 감독을 보좌했던 오노 다케시(54) 수석코치와 브라질 국적의 피지컬코치의 도움을 받으며 항저우 생활에 무리 없이 적응하고 있다. 홍 감독은 “코칭스태프의 경험이 내게는 엄청난 힘이다. 예전 미국과 일본 등지에 머물면서 외지 생활에 나름 익숙한 편이나 중국은 또 다르다. 최대한 융화되면서 시행착오를 최소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홍 감독과 항저우 선수단은 11일 방콕으로 떠나 30일 복귀한 뒤 일본 등지로 2차 전훈을 떠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