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일 계약위해 美 출국…부친 오병옥씨 “메이저리그 보장…여러 팀 제안 중 조건 가장 좋아”
월드시리즈 우승 향한 ‘더 강한 불펜’ 최적카드 세부조건·메디컬 테스트 등 마지막 절차 남아
‘돌부처’ 오승환(34)이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와 계약하기 위해 미국으로 날아갔다. ‘메이저리그 보장’이라는 조건까지 얻어냈다.
오승환은 10일 에이전트인 김동욱 스포츠인텔리전스그룹 대표와 함께 미국 디트로이트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스포츠동아 취재 결과 최종 행선지는 미주리주 세인트루이스로 밝혀졌다. 세부조건 조율과 메디컬 테스트 등 마지막 절차만 거치면 계약서에 최종 사인하고 세인트루이스 유니폼을 입게 된다.
오승환의 아버지 오병옥(65) 씨도 이를 확인했다. 오 씨는 10일 스포츠동아와의 통화에서 “승환이가 그동안 괌에서 개인훈련을 하다가 그저께(8일) 한국에 들어오더니 (메이저리그팀과 계약이) 잘 될 것 같다고 하더라”며 “세인트루이스를 선택하게 됐다”고 밝혔다. 오 씨는 그러면서 “나한테야 연봉 등 자세한 계약조건을 얘기하지 않았지만, 마이너리그에 가지 않고 메이저리그를 보장해준다는 조건을 받았다고 하더라. 그동안 여러 팀에서 제안이 왔는데, 사실 이번에 안 좋은 일(해외원정도박)로 인해 협상에서 좀 불리했던 모양이다. 그 중 세인트루이스가 메이저리그 보장 등 가장 좋은 조건을 제시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세인트루이스는 내셔널리그 중부지구에 속한 명문구단이다. 월드시리즈 우승만 11차례나 차지했는데, 뉴욕 양키스(27회 우승)에 이어 2위다. 2011년에도 우승하는 등 최근에도 강호의 면모를 이어가고 있다.
오승환으로선 사실 메이저리그행 외에는 선택지가 없었다. 해외원정도박 혐의로 임창용과 검찰 수사를 받은 뒤 벌금 700만원 약식기소에 그쳤지만, 여론의 영향을 많이 받는 일본이나 한국 구단과 계약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KBO도 8일 상벌위원회를 열고 삼성에서 방출된 임창용과 함께 오승환에 대해 ‘KBO리그 복귀시’를 전제로 ‘정규시즌 총 경기수의 50% 출장정지’라는 중징계를 내렸다. 물론 오승환은 이번 일과는 별개로 지난 시즌 후 메이저리그 진출을 최우선 순위에 두고 계약을 추진해온 것이 사실이다. 한국은 물론 일본에서도 2년 연속 센트럴리그 세이브왕에 오른 만큼 빅리그 진출을 마지막 도전 목표로 삼고 있었다.
그러나 오승환이 세인트루이스에서 당장 마무리를 맡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시속 100마일(161㎞)의 강속구로 무장한 현역 최정상급 소방수 트레버 로젠탈(26)이 버티고 있기 때문이다. 로젠탈은 지난해 48세이브(2승4패·방어율 2.10)를 수확해 마크 멜란콘(피츠버그·51세이브)에 이어 이 부문 2위에 올랐다. 로젠탈 외에 좌완 케빈 시그리스트, 우완 세스 메이네스와 조너선 브록스턴 등으로 구성된 세인트루이스 불펜은 양적으로나 질적으로나 메이저리그에서도 최정상급으로 평가 받는다. 그러나 세인트루이스는 지난해 100승62패로 양 리그를 통틀어 최고승률(0.617)을 올리고도 디비전시리즈에서 시카고 컵스에 1승3패로 패해 아쉬움을 삼켰다.
지난해 우승팀 캔자시스티를 비롯해 최근 메이저리그의 경향은 ‘더 강한 불펜’ 선호다. 오승환이 아직 빅리그 무대에서 검증되진 않았지만, 한국과 일본에서 최고 마무리로 활약했다는 점에서 월드시리즈 우승을 노리는 세인트루이스에 매력적인 카드로 어필한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