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스켈리턴 샛별 윤성빈(22·한국체대·사진)은 2014 소치 겨울올림픽 때 신발 뒤축에 이 글을 적고 경기에 나섰다. 이 글은 사람들에게 주목받고 싶었던 윤성빈의 마음이었다.
2년이 지난 지금, 윤성빈은 굳이 이런 문구를 써 붙이지 않아도 된다. 확실한 한국의 에이스로 모두가 그를 주목하고 있기 때문이다. 고개를 들지 않고, 눈으로 굳이 확인하지 않아도 트랙의 모든 상태와 속성은 이미 그의 머릿속에 파악돼 있다.
장기였던 스타트 기량은 더욱 좋아졌다. 10일 미국 뉴욕 주 레이크플래시드에서 열린 국제봅슬레이스켈리턴연맹(IBSF) 2015∼2016 월드컵 4차 대회에서 윤성빈은 1, 2차 시기 모두 4.70초에 스타트를 끊었다. 10년 전 러시아 선수가 세운 4.74를 깬 이 트랙 최고 기록이다. 코칭스태프로부터 “이제 그만해도 된다”는 말을 들을 만큼 근력 운동에 매진한 결과다.
당연히 성적도 좋았다. 이 대회에서 윤성빈은 합계 1분48초76으로 은메달을 따냈다. 올 시즌 개인 최고 성적이다. 지난달 열린 3차 대회 때는 동메달을 땄다. 이날 은메달로 윤성빈은 랭킹 포인트 730점을 기록하며 세계 랭킹을 4위로 끌어올렸다.
이번 대회에서 윤성빈보다 빨리 트랙을 돈 선수는 랭킹 1위 마르틴스 두쿠르스(32·라트비아)뿐이었다. 2010 밴쿠버 올림픽, 2014 소치 올림픽 때 모두 은메달을 땄던 두쿠르스는 윤성빈보다 0.48초 빨리 트랙을 돌았다. 썰매 집안 출신인 두쿠르스는 올 시즌 1∼4차 대회에서 모두 정상을 차지했다. 그의 형 토마스(35·랭킹 3위)도 1분49초13으로 이번 대회에서 동메달을 땄다.
봅슬레이 대표팀도 강세를 이어갔다. 원윤종(31·강원도청)-서영우(25·경기연맹) 조는 같은 대회 남자 봅슬레이 2인승에서 합계 1분51초12를 기록하며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1, 2차 대회에 이어 이번 월드컵 세 번째 동메달이다. 랭킹 포인트 776점이 된 원윤종-서영우 조는 세계 랭킹 2위로 올라섰다.
한편 이 대회에 참가한 한국 대표팀 선수들은 3일 세상을 떠난 맬컴 데니스 로이드 코치를 추모하는 스티커를 썰매와 헬멧에 붙이고 경기에 출전했다. 봅슬레이 대표팀의 이용 감독은 “로이드 코치가 남은 월드컵에서 모두 메달을 가져오라는 유언을 남겼는데 그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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