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승보다는 출산하는 아내와 함께” 테니스 스타들의 부성애 화제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월 11일 20시 40분


“메이저대회 우승보다 출산하는 아내와 함께 하는 게 더 중요합니다. 결승전에 못 나가게 되면 아쉽겠지만 내 아이가 태어나는 걸 못 보면 나중에 더욱 후회하게 될 테니까요.”

올해 첫 메이저대회인 호주오픈 일정(18~31일)과 아내의 출산 예정일이 겹친 영국의 앤디 머레이(29). 남자 테니스 세계 랭킹 2위인 머레이는 10일 뉴욕타임스(NYT) 인터뷰에서 “결승전 직전에라도 ‘출산한다’는 소식이 전해오면 (경기를 포기하고) 바로 짐을 싸고 아내 곁으로 날아가겠다”고 말했다.

머레이처럼 세계를 돌아다니며 경기를 치르는 남자 테니스 선수들의 부성애가 호주오픈을 앞두고 화제가 되고 있다고 NYT가 보도했다.

세계 랭킹 231위인 호주 출신 벤 미첼(24)은 지난달 호주오픈 본선 참가 자격이 걸린 ‘와일드카드 플레이오프 결승전’을 앞두고 경기를 포기했다. 그의 여자 친구가 예정일보다 일찍 출산하게 됐다는 소식이 날아왔기 때문이다. 미첼은 “이런 상황이 오면 경기를 접고 집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생각을 늘 하고 있었다”며 “본선 대회 진출권과 출전료 4만 달러(약 4800만 원)가 날아갔지만 내 딸의 출생을 지켜본 건 돈으로 환산할 수 없다”고 말했다.

남자 테니스 선수들 중엔 출산의 순간을 멀리서 지켜보는 ‘스카이프(영상통화) 아빠’가 되지 않으려고 대회 중간에 640㎞를 밤새 운전해 아내 곁으로 달려간 경우도 있다고 NYT는 전했다.

세계 랭킹 3위인 스위스의 로저 페더러(35)는 2009년 딸 쌍둥이, 2014년 아들 쌍둥이를 낳을 때 모두 대회 기간이 아니어서 부러움을 샀다. 페더러는 “나도 머레이처럼 아내의 출산일과 그랜드 슬램 달성(모든 메이저대회 석권)의 순간이 겹치면 미련 없이 집으로 달려 가겠다”고 했다. “그랜드 슬램 자체가 곧 인생은 아니잖아요. 새로 태어난 아이와 가족과 함께 보내는 시간이 인생이죠.”

뉴욕=부형권 특파원 bookum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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