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김성근(74) 감독은 올 시즌에는 1차 목표를 무조건 포스트시즌 진출로 잡았다. 승부사로서 당연히 최종 목표는 우승. 그러나 일단 한화 팬들에게 가을잔치를 선물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보고 있다. 지난해부터 5위에게 와일드카드가 주어지고 있다. 어차피 가을잔치 첫 관문에서 맞붙는 상황이라면 4위나 5위나 차이가 없어 보인다. 그러나 김 감독은 “5위로 턱걸이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지난해처럼 5위 자리를 놓고 마지막까지 싸우면 우승까지 가는 길이 어렵다는 뜻에서다. 김 감독은 한화 선수단이 서울 원정길에 묵는 삼정호텔에서 스포츠동아와 만나 지난해를 돌아보고 올 시즌에 대한 목표와 구상을 하나씩 밝혔다. ● 2015시즌을 돌아보며
-지난해 한화 사령탑에 부임하면서 3년 만에 KBO리그에 복귀했다. 지난해는 성공인가, 실패인가. 스스로는 어떻게 평가하는가.
“긍정적인 면도 있었고, 아쉬운 부분도 있었다.”
-긍정적인 면은 무엇이었나.
“한화 야구가 팬 속에 들어갔다는 것 자체는 성공적이었지 않나 싶다. 팬들에게 칭찬도 받고 질타도 받았지만, 그 밑바닥에 한화 야구에 대한 팬들의 사랑이 생기지 않았나 싶다.”
-아쉬웠던 부분은 무엇이었나.
“일단 포스트시즌에 못 나간 것, 팬들의 기대에 보답하지 못한 것, 특히 8∼9월에 악조건 속에서 변화를 주지 못한 것이 아쉽다. 변화를 좀 줬으면 됐을 텐데….”
-어떤 변화를 뜻하는가.
“그때가 승부처였는데 부상자가 생기면서 낙오자가 자꾸 발생했다. 권혁이나 박정진, 송창식, 이 3명한테 부하를 많이 줬다. 그때 다른 방법이 없었을까. 지금 돌아보면 다른 방법이 있지 않았나 싶어 아쉽다. 전반기에는 8∼9회에 역전승하던 팀이 후반기에는 역전패 당하는 팀이 됐다. 반성할 부분이 많다.”
-개인적으로 2015년은 어떤 의미인가.
“3년 동안 프로야구를 떠나 있다가 4년 만에 돌아왔는데, 현재 변화가 어떤지를 보고 싶었다. 막상 부딪쳐보니 급속도로 변화가 있었다. 그걸 따라가려고 애를 쓴 1년이 아니었나 싶다. 바깥에서 제3자로 보다가 가까이 와 보니 당황하기도 하고, 속으로 ‘어떡하나’ 싶기도 하고 그렇더라.”
● 기대, 그리고 구상
-새로운 얼굴 중에 기대되는 선수가 있나.
“올해는 신인이 재미있지 않나 싶다. 김재영인가? 사이드암 투수가 있다. 전력이 될 가능성이 많다(홍익대 출신으로 2016년 신인드래프트에서 2차 1라운드로 지명 받은 유망주 투수. 사이드암이지만 시속 150km대의 강속구를 던진다). 외야수에 고등학교 졸업생이 하나 있다. 이동훈이라고. 이 선수도 미래가 있지 않나 싶다. 잘 가르치면 물건이 될 것 같다. 내가 여태까지 봤지만 신인으로서 그렇게 수비범위가 넓은 선수는 처음 봤다. 굉장히 빠르다. 센터(중견수) 보는데.”
“마운드 구상 심수창따라 바뀔 것…권혁, 새 구종 개발 중요”
-무엇보다 에스밀 로저스에 대해 기대가 크다. 어느 정도 활약을 기대하는가. 지난해 8월에 들어와 6승을 올렸는데, 올해는 풀타임으로 뛰게됐다.
“모든 외국인선수는 2년째가 문제다. 첫해는 긴장감 속에 있는데, 2년째는 그런 긴장감이 사라질 수 있다. 또 상대가 익숙해졌으니까. 슬기롭게 대처는 하겠지만 그런 우려는 있다. 우리로서는 어쨌든 로저스가 15승은 해줘야지.”
-마운드 구상은 어떻게 하고 있나.
“심수창이 중요하다. 어디로 가느냐에 따라 구성이 많이 바뀔 것이다. 심수창이 불펜이 되면 윤규진이 선발로 갈 수도 있다. 팀 구성상 뒤에는 많아졌고. 권혁, 심수창, 윤규진, 정우람, 박정진 등등 5회 이후 싸울 투수들은 많다. 이태양(팔꿈치인대접합수술),윤규진(어깨수술)은 캠프에서 봐야할 것 같고…. 임준섭, 송창현, 김용주, 이 좌완들 중에서 하나라도 앞(선발)에 나와 주면 좋다. 안영명은 선발이고. 권혁은 새로운 구질 개발이 중요하다. 이미 몸은 100% 돼있다. 착하잖아. 몸도 만들어놓으라고 하니까 만들어놨고.”
-지난해 주전 유격수가 권용관이었는데.
“올해는 강경학이나 하주석이 있다.”
-외국인 야수는 3루수 요원을 찾고 있다고 했는데.
“1루수를 뽑을까도 고민 중이다. 그러면 3루에 송광민이 있고…. 잔부상이 많은 김회성은 회복이 조금 늦을 것 같다. 3루수 정도는 방망이가 좋아야 된다. 용병을 유격수로 잡을 수도 있는데, 그러면 강경학이나 하주석이 3루로 가도 되고…. 군대 갔다 온 오선진이 작년 가을 캠프때 재미있었다. 3루수 주전이 되지 않을까 했는데 계단에서 내려오다 다쳤다. 용병을 야수 둘로 잡으면 전체 틀이 바뀌지 않나 싶다. 외야나 내야나. 우리한테는 기동력이 필요하다. 작년에 뛰지 못했잖아(팀도루 80개로 꼴찌). 장민석, 이동훈이 빠른데, 그 선수들이 백업은 되지만 레귤러가 되느냐 아니냐가 관건이다.”
-포수는 차일목이 오면서 숫자가 많아졌다.
“차일목은 조인성 없을 때(부상 등으로 이탈할 때)를 대비해 영입했다. 작년 가을에 정범모하고 허도환이 열심히 했다. 둘 다 좋아졌고. 작년 같지는 않을 것이다. 특히 허도환이 살이 많이빠졌다. 캠프에서 어깨부터 고치려고. 다들 장단점이 있다. 다 합쳐야 돼.(웃음)”
● 2016시즌을 기다리며
-올 시즌 판도를 어떻게 보고 있는가.
“10개 팀이 다 우승할 수 있는 시즌이 아닌가 싶다. 반대로 작년 같이 어떤 팀이 꼴찌다고 할 수도 없는 시즌이고. 그만큼 4월이 중요하지 않나 싶다. 경쟁이 더 치열해질 거라고. 전체 판도가 많이 바뀌지 않나 싶다. kt라든지 KIA라든지, 롯데라든지, 올해는 이 팀들이 아주 깐깐해졌지 않나 싶다.”
-한화가 전력보강을 많이 해 우승 후보라는 평가도 나온다.
“지금 바깥에서는 우승 전력이라고 하는데, 얼마 전에 코칭스태프 미팅을 했다. 내가 코치들한테 선발투수 5명 뽑아보라고 했다. 오더(선발 라인업)도 짜 보라고 하고. 선발투수는 1번 로저스가 있잖아. 그리고 5∼6번 등 뒤쪽은 있다. 2·3·4번이 확실히 있냐는 말이지. 우리는 그런팀이다. 후보는 분명 지난해보다 많아. 캠프에서 어떻게 만들어 가느냐가 문제다.”
-작년에 김태균에게 홈런 30개를 기대했는데.
“김태균은 이제 한화의 기둥 세력이잖아. 본인이 팀에 스스로를 던질 수 있느냐 아니냐가 중요한 게 아닌가 싶다. 작년에 홈런 30개를 원했지만 올해는 타점 130개 이상 올려줘야 된다. 김태균이 1루 수비를 확실히 해주면 월등하게 우리 타선이 좋아지지. 베이스러닝 제대로 해주고 그러면 이 팀에 가능성이 생긴다.”
-조인성한테도 지난해 30홈런 100타점을 기대하지 않았나.
“조인성한테도 역시 얘기를 했는데, 시야를 넓히라고 했다. 더 크게 보라고. 무슨 뜻이냐고 물어봤더니 ‘알고 있다’고 하더라고. 나이가 가장 많은 포수잖아. 스무 살, 서른살 포수가 아니잖아. 캐처가 뭔지 모두에게 보여줘야지.” -올 시즌 한화의 목표는.
“일단 4위 안에 들어야지. 5위는 안 되지.”
-4위나 5위나 어차피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붙어야 하기 때문에 차이가 없지 않나.
“턱걸이는 안 돼. 안정적으로 4위는 해야 된다. 작년처럼 5위 싸움하면 힘들다.”
-키 플레이어를 꼽자면.
“투수는 윤규진하고 이태양 아냐? 둘이 건강하게 던질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 야수는 김태균이다. 우승이라는 갈망 속에 들어가줘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