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센은 올 시즌 새로운 도전에 나선다. 가장 큰 변화는 홈구장이 목동구장에서 고척스카이돔으로 바뀐다는 점이다. 아울러 전력의 핵심도 대거 바뀔 전망이다. 간판타자 박병호가 메이저리그 미네소타로 떠나고, 에이스 앤디 밴 헤켄도 일본프로야구 세이부로 이적했다. FA(프리에이전트) 자격을 얻은 마무리투수 손승락과 유한준도 각각 롯데와 kt 유니폼으로 갈아입었다. 2016시즌에는 그야말로 그동안의 넥센과는 다른 ‘뉴(New) 넥센’의 시대를 열어야 한다. 넥센염경엽(48)감독은 이런 부담감 속에 팀을 새롭게, 그리고 강하게 만들어야 하는 막중한 임무를 지니고 있다. 아직 고척 스카이돔으로 이사를 하지 못해 목동구장 감독실에서 염 감독을 만나 지난해를 돌아보고 2016년의 구상을 들어봤다.
전력 70% 이탈…위기? 새로운 길 도전할 기회 올 시즌 테마는 ‘팀’…자율야구 강한 책임 요구 작년 최대 성과는 고종욱·김하성 완전체 성장 올핸 임병욱 기대…‘LG 이병규 모습’ 보이더라
● 2015년을 돌아보며
-지난해를 돌아보면 어떤가.
“페넌트레이스에서 선발이 만들어져야 우승까지 하는데 그렇지 못했다. 한현희, 문성현, 오재영에게 큰 기대를 걸고 시작했는데 부상이나 부진 등으로 생각처럼 되지 않았다. 어차피 그것도 감독이 만들어야 하는 거지만…. 감독으로서 많은 반성을 했다. 지난해는 어쨌든 실패다. 그러나 실패를 통해 희망을 봤다. 좋게 보면 감독으로서 도움이 된 한 해였다.”
-지난해 수확도 있지 않았나.
“고종욱과 김하성이 완전히 전력으로 성장해준 게 가장 크다. 물론 조상우도 빼놓을 수 없다. 지난해 경험으로 인해 올해 더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 김영민(김세현으로 개명)도 성장했다.” -특히 김하성이 신인왕과 골든글러브 경쟁을 할 정도로 단숨에 치고 나왔다. 강정호가 떠난 뒤 유격수 자리가 걱정이었는데.
“기대이상으로 했다. 홍원기 코치(수비), 심재학 코치(타격)의 공이 컸다. 전반기 실책(84경기 16실책)과 후반기 실책(56경기 5실책)의 차이를 보면 놀라울 정도로 성장했다. 공격에서도 올 시즌 정도에 기대했던 숫자(타율 0.290·19홈런·73타점·22도루)들을 작년에 벌써 찍어버렸다. 지난해 성공 체험을 하면서 자신감을 가졌을 것이다. 그래서 2년차 징크스(실제로는 올해 프로 데뷔 3년차지만 주전으로는 2년차) 같은 것은 없을 거라 생각한다. 더 크게 성장할 것으로 기대한다.”
● 2016년을 준비하며
-시무식 때 올 시즌 테마를 ‘팀’이라고 강조했는데.
“감독을 맡고 나서 3년 동안 선수 개개인의 발전을 통해 팀을 만들었다. 개인을 스타로 많이 만들려고 노력하면서 팀이 성장했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사실 선수들의 개인주의적인 모습들도 보였다. 이제는 팀이라는 틀 속에서 개인의 발전을 추구할 것이다. 물론 앞과 뒤가 바뀔 뿐이지만, 1년 레이스를 버티려면 팀이라는 안 보이는 힘이 중요하다. 선수들이나 코칭스태프가 잘해줄 것이라 생각한다.” -‘팀’을 어떻게 앞세워나갈 것인가.
“자세히 다 얘기할 순 없지만, 내부 원칙과 규율도 적절히 바꿔서 나갈 것이다. 그동안 선수단에 전체적으로 자율을 줬는데 나이별로 자율을 준다든지, 자율에 따른 책임도 좀더 강하게 요구할 것이다. 물론 어차피 내가 원하는 야구는 자율야구다. 자율이라는 큰 틀은 안 변할 것이다. 내 야구에서 주입식 교육은 굉장히 싫어한다.”
-올 시즌을 냉정히 짚어보자. 박병호, 유한준, 손승락에다 외국인 에이스 앤디 밴 헤켄도 빠져나갔다. 박헌도도 롯데로 가고, 한현희는 수술로 못 뛰게 됐다.
“그동안 만들어왔던 전력 중 거의 70%가 빠져나갔다(웃음). 그러나 감독은 구단에서 정한 방향에 따라 맞춰가야 한다. 큰 방향은 구단이 정하고, 그에 따라 역할을 하는 게 감독이다.”
-넥센 지휘봉을 잡은 다음에 가장 큰 위기를 만난 것 아닌가.
“위기보다는 기회라고 생각한다. 감독인 나부터 부정적으로보다는 긍정적으로 생각해야 팀이 올바르게 갈 수 있다. 지금 남아있는 선수들한테도, 코칭스태프에게도, 심지어 나에게도 기회가 왔다고 생각한다. 중요한 건 우리 팀이 전체적으로 나이는 젊어졌지만, 목표의식은 더 뚜렷해졌다는 것이다. 3년 동안 다양한 방향으로 성공과 실패를 경험했다. 코칭스태프도 공부하면서 여기까지 왔다. 선수들도 마찬가지다. 똘똘 뭉쳐 팀을 만들고, 그 안에서 즐겁고 열정적으로 도전해야 한다. 그래서 팀을 강조하는 것이다.”
-감독으로서 새로운 스타를 만들어야 하는 부담도 있을 것 같다.
“앞으로 FA가 될 때까지 7년 혹은 10년을 책임질 수 있는 스타를 빠른 시간 안에 만들어야한다. 그래서 올해가 중요한 시즌이라 보고 있다. 올해 실패한 시즌이 된다면 우리 구단에 큰 고비가 온다고 생각한다. 한번 떨어지면 올라가기 쉽지 않다.”
-거의 매년 새로운 스타를 키워냈는데, 올해 가장 기대할 만한 후보는 누구인가.
“올해는 임병욱 키우는 걸로(웃음). 주전 중견수로 생각한다. 베테랑 이택근에게 좌익수 이동에 대해 양해를 구했는데, 이해해줬다. 임병욱에게는 큰 기회가 왔다. 그 기회를 어떻게 살리느냐는 자신에게 달려있다.”
-임병욱의 장점은 뭔가?
“지난해부터 기회를 주기 시작했는데, 스피드와 장타력을 갖추고 있다. 외야 수비도 잠재력을 갖고 있다. 그동안 선수를 키울 때 롤모델을 보면서 키웠다. 임병욱에게는 LG의 큰 이병규(9번)의 전성기를 봤다.”
● ‘뉴 넥센 야구’를 향하여!
-강정호와 박병호가 빠져나가면서 넥센의 강점인 장타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데.
“대안을 만들어야 한다. 우선 지난해보다 실점 100점을 줄이는 게 목표다(지난해 790실점으로 최저실점 7위. 1위 NC는 655실점). 목표를 크게 잡아야 한다. 그래야 70점, 60점, 아니면 50점이라도 줄일 수 있다. 번트는 싫어하기 때문에 빠르면서 공격적인 야구를 하겠다. 전 선수에게 그린라이트를 줄 것이다. 나도 새로운 야구에 도전해보는 거다. 어쩌면 이게 내가 꿈꿔왔던 야구에 가깝지 않나 싶다. 내 전공이 사실 이쪽이니까.”
-올해부터 목동구장에서 고척스카이돔으로 옮기는 것도 고려한 것인가.
“돔구장이라 타구 비거리가 늘 수도 있다고도 하지만, (구장)거리와 높이는 무시할 수 없다. 주루와 수비 포메이션을 고척돔에 맞춰야 한다. 투수와 포수도 거기에 맞게 볼배합을 하고, 공격적으로 투구할 필요가 있다. 물론 3년 동안 감독을 해봤지만, 내 생각대로 되는 건 40%도 안 되더라. 이제 시작이라 생각하고 과정을 만드는 데 집중하겠다.”
-포수 박동원이 많이 성장했지만, 백업 요원을 빨리 키우는 게 중요할 것 같다.
“박동원은 이제 믿고 맡길 수 있는 주전 포수가 됐다. 볼배합이라든지 디테일한 부분만 채워나가면 리그를 대표하는 포수가 될 것이다. 백업으로는 군복무를 마친 지재옥과 지난해 많이 성장한 김재현이 있다. 또 올해 신인 중 유일하게 스프링캠프에 데려가는 주효상(1차지명 서울고 출신 포수)도 눈여겨볼 재목이다.”
-올 시즌 키플레이어는?
“현재 외국인투수 2명하고 양훈, 조상우 등 4명의 선발투수는 정해졌다. 5선발 후보로 군복무를 마친 이보근이 있다. 공익근무를 하면서 작년 1년 동안 웨이트부터 시작해 착실히 준비를 해왔다. 선발이 안 되면 중간에서 2이닝을 커버할 수 있는 투수라고 보고 있다. 박주현, 김상수, 하영민, 금민철 등도 5선발 경쟁을 하는데 이들이 마운드에서 어떤 역할을 해주느냐가 키가 될 것 같다.”
-구체적으로 올 시즌 목표를 어떻게 잡고 있나.
“4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이다.”
-팬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은.
“우리 팀에 대해 팬들께서 걱정하는 부분이 나타나지 않도록 잘 준비하겠다. 새 구장에 많이 찾아오셔서 많은 응원 부탁드린다. 한 시즌 넥센 야구를 보면서 즐겁고 행복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