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간의 마무리 투수 생활을 접고 선발 투수로 복귀하는 LG 봉중근(36)은 올겨울 체중을 7kg이나 뺐다. “마무리 투수로 많아야 30∼40개의 공을 던지다 갑자기 선발 투수로 바뀌니 확실히 3, 4회쯤 힘이 부쳤다”는 그는 “체력을 키우기 위해 웨이트 훈련을 정말 열심히 했다. 야구 인생의 마지막 도전이다. 팬들에게 ‘LG 최고의 선발 투수’라는 기억을 남기고 은퇴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돌아온 선발 봉중근의 목표는 더이상 ‘에이스’가 아니다. “1∼4선발 투수들을 좀 덜 피곤하게 해주는 5선발이 되고 싶어요. 지난 시즌 삼성 선발 전원이 10승 이상을 했잖아요. LG도 4선발 투수까지 탄탄하니 5선발인 저만 잘하면 가능할 것 같아요.”
마무리 등판 때마다 울려 퍼졌던 소방수를 상징하는 사이렌 소리가 그립진 않을까. 그는 “경기 시작 전 선발 투수들이 몸 풀 때도 응원가가 나온다”며 새로운 응원곡도 미리 정해놨다고 했다. “싸이의 ‘좋은 날이 올 거야’예요. 가사가 참 와 닿았거든요. 이번 겨울 혼자 훈련할 때도 계속 이 노래를 들으면서 용기를 얻었어요.”
‘실패하더라도 실망하지 말고 인생 다시 살아 좋은 날이 올 거야’라는 노랫말처럼 그는 좋은 날을 그리며 겨우내 땀방울을 흘렸다. 그는 특히 지난 시즌 자신의 부진을 잘 메워준 정찬헌, 임정우, 최동환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후배들에게 이제 ‘너희가 잘해야 우리가 산다’고 말해요. 믿음직한 후배들이기 때문에 마무리 투수 자리도 편히 넘겨줄 수 있었어요.”
그에게 LG의 마무리 투수로 지낸 4년은 어떤 기억일까. “정∼말 피곤한 직업이었어요. 팀이 8회까지 만들어 놓은 경기를 공 하나로 망칠 수 있잖아요.” 내색은 못했지만 신경성 위염도 달고 살았다. “첫해에는 청심환도 많이 먹었어요(웃음). 7, 8회 때 점수를 보면서 ‘던지겠구나’ 싶으면 긴장이 되더라고요. 2년 차부터는 익숙해져서 안 먹었어요.”
마무리 투수로 절대 잊지 못할 경기로는 2013년 정규리그 마지막 경기를 꼽았다. “두산을 꺾고 정규리그 2위로 플레이오프 직행을 확정지었어요. 고참 형들도 다 울었죠. 이상훈 선배가 갖고 있던 LG의 한 시즌 최다 세이브 기록을 38개로 갈아 치웠던 경기이기도 했고요.”
그해 우승할 줄 알았다던 봉중근은 여전히 LG의 줄무늬 유니폼을 입고 한국시리즈 마운드에 서는 상상을 한다. “1994년 LG가 우승을 확정짓는 영상을 자주 봐요. 저도 꼭 (우승) 한 번은 하고 은퇴해야죠. 이번에 옆집 두산이 우승을 했잖아요. 저뿐만 아니라 LG 선수 모두에게 자극이 됐어요.”
올 시즌을 마치면 자유계약선수(FA) 신분이 되는 봉중근은 “(한국에 뒤늦게 돌아와) 나이가 있는 만큼 9년을 다 채우고 FA가 될 수 있으리라 생각도 못했었다. 마지막 기회인 만큼 좋은 결과를 얻어 LG에 남고 싶다”고 했다. “좋은 대우 받고 다른 팀으로 가는 거, 솔직히 맞는 얘기예요. 하지만 팀에서의 추억이 있고, ‘이 선수가 어디 소속이다’라는 건 팬들에게 각인된 거잖아요. 팬이 없으면 야구 선수도 없다고 봐요. 그냥 ‘봉중근’ 하면 LG인데…. 그게 맞는 것 같아요.”
팬들이 지어준 별명은 다 좋다는 봉중근도 “‘봉미미’는 좀 지워주셨으면…”이라며 웃었다. ‘봉미미’는 한 외국인 투수가 ‘봉중근을 알고 있느냐’는 국내 취재진의 질문에 “미국에서 뛴 미미한 선수들까지 모두 알 수는 없다”고 답해 생긴 별명이다. 봉중근은 메이저리그 애틀랜타와 신시내티에서 활약했었다. “그 별명은 좀 마음이 아팠어요. 올해 잘하면 어떤 별명을 지어 주실지 기대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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