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기훈(33·수원삼성)에게 2015년은 어떤 기억일까. 아쉬움이 더 짙었을 듯하다. 수원은 2년 연속 K리그 클래식(1부리그) 2위에 머물렀고, 그 또한 K리그 시상식에서 MVP(최우수선수) 투표 2위에 그쳤다. 그래도 전부 놓친 것은 아니었다. 지난 시즌 8골·17도움으로 수원 소속으로 통산 100번째 공격 포인트(35골·65도움)를 달성한 그는 2015동아스포츠대상 시상식에서 프로축구 ‘올해의 선수’가 됐다. 수원에서 6번째 시즌을 앞둔 ‘캡틴’ 염기훈을 경남 남해의 동계전지훈련 캠프에서 만났다.
-목표가 무엇인가.
“지난해 도움상을 받았다. (라이벌 FC서울로 컴백한) 데얀이 득점왕 3연패를 했듯, 나 역시 연속 도움왕을 노려본다. 난 이미 많은 걸 얻었다. 어릴 적에는 프로를, 프로가 된 뒤에는 국가대표를, 태극마크를 달자 월드컵을 가고 싶었는데 전부 이뤘다. 최종 목표는 은퇴한 뒤 언젠가 수원에서 지도자를 해보는 것이다.”
-그래서 지도자 교육을 받은 건가.
“연말 휴식기에 교육을 받았다. 오래 전부터 생각한 지도자의 길이 ‘쉽지 않다’는 걸 새삼 느끼고 돌아왔다. 일단 최대한 선수생활을 이어가자는 생각이다.”
-새 얼굴들이 많다.
“4일 상견례를 했을 때 왠지 답답한 느낌이 없었다면 거짓이다. 생소한 친구들이 많았다. 새로운 선원들을 다독이고, 함께하는 과정을 또 다시 반복해야 하는 것이 두렵기도 했다. 물론 누구든 ‘처음’은 있다. ‘기죽지 말라’, ‘단단해지자’, ‘활기차게 부딪히자’고 말해줬다.”
-새 시즌 전망이 어둡다는 이야기가 많다.
“공감한다. 위기다. 큰 폭의 변화로 성과에 대한 확신이 서지 않는 것도 맞다. 지난해와는 전혀 다르다. 라이벌들은 영입이 많은데, 우린 자꾸 이탈해버리니…. 다만 우린 모든 열정과 힘을 쏟아낼 각오가 돼 있다.”
-수원에서 베테랑이란.
“2010년 이곳에 처음 왔을 땐 쟁쟁한 선배들 모두가 개성도 강하고 무서워 보였다. 지금은 그런 벽을 최대한 깨고 있다. 항상 선수의 입장을 들어주시는 (서정원) 감독님과 코치님의 영향도 크다. 자연스럽게 끈적이는 느낌이 있다.”
-자신에게 수원이란?
“‘운명의 팀’이다. 힘들고 고통스러워도 푸른 유니폼의 물결과 함성을 보고 들으면 없던 힘까지 난다. 모두 어렵다고 할 때 트로피도 한 번 들어보고 싶다. 기왕이면 리그 우승컵을 품에 안고 싶다. 이곳에서 꼭 이루고픈 꿈이다. 우린 수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