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현, 조코비치의 ‘족집게 과외’ 어떻게 살릴까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월 18일 20시 33분


누구든 세계 랭킹 1위와 맞붙는 건 확실히 좋은 공부가 된다. 적어도 현재 1위 노바크 조코비치(29·세르비아)를 상대하면 확실히 그랬다.

지난해 남자프로테니스(ATP)투어 대회 1라운드에서 조코비치와 맞붙은 선수는 모두 7명. 이들의 평균 세계 랭킹은 73위였다. 이들 중 누구도 조코비치를 이기지 못했다. 현재 이들의 평균 세계 랭킹은 15계단 오른 58위다. 세계 최정상 선수의 플레이를 직접 상대하면서 테니스에 새롭게 눈뜬 결과다. 올해 호주 오픈 테니스 대회 1라운드에서 조코비치에 완패한 정현(20·51위) 역시 주눅들 필요가 없다.

정현이 롤 모델로 삼으면 좋은 선수는 태국의 테니스 영웅 파라돈 시차판(37)이다. 시차판은 니시코리 게이(27·일본)가 4위에 오르기 전까지 아시아 선수 중 최고 랭킹(9위) 기록을 갖고 있었다. 시차판이 처음 랭킹 1위와 맞붙은 건 2002년 2월 산호세오픈 16강전. 당시 73위였던 시차판은 레이턴 휴잇(35·호주)에게 1-2로 패했다. 이 경기를 포함해 시차판은 2002년에만 휴잇에게 3연패를 당했다. 하지만 시즌 마지막 맞대결이던 파리 마스터스 준결승에서는 2-1 승리를 거뒀다. 시차판은 그 사이 랭킹을 16위까지 끌어 올렸다.

물론 세계 랭킹 1위를 처음 상대할 때부터 승리를 거둔 선수도 있다. 테니스 황제 로저 페더러(35·스위스)는 2002년 마이애미오픈 준결승에서 휴잇에게 2-0 완승을 거뒀다. 당시 페더러의 세계 랭킹은 14위였다.

페더러도 랭킹 1위 때 자신을 처음 상대하는 언더도그(이길 확률이 낮은 선수)에게 패한 적이 있다. 페더러는 2004년 역시 마이애미오픈에서 자신을 처음 상대하는 세계 랭킹 34위 선수에게 패했다. 그 선수 이름은 라파엘 나달(30·스페인)이었다.

조코비치가 처음 상대한 랭킹 1위도 페더러였다. 조코비치는 2007년 몬트리올 마스터스에서 페더러에게 2-1 승리를 거뒀다. 단, 이 경기는 국가대항전인 데이비스컵을 포함해 두 선수가 다섯 번째로 맞붙은 경기였다. 이전 네 차례 맞대결에서는 모두 페더러가 이겼다.

조코비치 역시 랭킹 1위를 차지했다고 언더도그에게 패하지 않은 게 아니다. 조코비치는 2011년 스위스 인도어 바젤 준결승에서 당시 랭킹 60위 니시코리에게 1-2로 역전패했다.

결국 승부보다 중요한 건 랭킹 1위와 맞붙어 본 기회를 어떻게 살리느냐다. 이번 조코비치의 ‘족집게 과외’를 성적으로 어떻게 연결하느냐는 정현에게 달렸다.

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정현#조코비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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